‘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 수도권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이다. 서울에선 통상 170%가 넘으면 재건축 사업성이 나오기 어려운 것으로 본다. 하지만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종 상향으로 용적률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주민 동의율이 80%에 육박한 단지가 속출하는 가운데 ‘1·10 부동산 대책’으로 신도시마다 하반기 1곳 이상 선도지구 선정이 예정돼 있다. 서울에서는 노원구 상계주공, 강남구 수서주공 등이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는 단지로 꼽힌다. 높아진 공사비 부담에도 대지지분이 많은 단지 중심으로 재건축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지지분이 많으면 공공기여를 한 뒤 살 집의 면적을 키우고 나서도 일반분양에 배정할 지분이 남을 확률이 커진다. 일반분양 가구가 많아야 추가 분담금도 줄어든다. 1기 신도시 단지 상당수는 전용면적 84㎡ 이상 대형 평수 비중이 높아 가구당 대지 면적이 서울에서 가장 큰 양천구 목동과 비슷할 정도다.
1기 신도시는 대형 평수 비율이 높은 단지가 많은 게 특징이다. 특히 사업성이 나오는 단지는 분당신도시에 많다. 예컨대 양지마을 1단지(918가구)는 용적률이 215%로 높으면서도 모든 가구가 전용 84㎡ 이상이고, 101㎡ 이상 비율도 73%에 달한다. 가구당 대지지분은 71㎡로 수인분당선 수내역 일대에서 가장 크다. 이매청구와 한솔마을1단지청구, 청솔마을8단지대원 등도 역세권으로 종 상향 가능성이 높으면서 대지지분이 많은 단지다.
안양시 평촌신도시에선 범계역 근처 목련선경과 목련우성7차가 대지지분이 66㎡를 넘겨 사업성이 있다는 평가다. 군포시 산본신도시는 4호선 수리산역 근처 한라주공4차 1단지가 돋보인다. 용적률이 115%로 낮은 데다 대지지분도 57㎡로 많다. 이 단지는 1기 신도시에서 처음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이 확정된 상태다. 일산에선 3호선 마두역 인근 강촌마을 7단지와 주엽역 역세권인 문촌마을 17단지신안 등이 대지지분이 많다는 평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한 초원7단지 부영은 용적률이 212%에 달하는 데다 가구당 대지지분이 31㎡로 종 상향 없이는 재건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원구 상계 택지지구와 강서구 가양·등촌 택지지구는 용적률은 낮아도 소형 평수만 있어서 재건축 사업성을 따져봐야 한다. 이미 사업시행계획 인가까지 받은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지하철 4호선 노원역세권에 가구 수는 840가구, 용적률은 93%다. 하지만 전용 31㎡ 소형 평수밖에 없어서 가구당 대지 면적이 42㎡에 불과하다. 1기 신도시 주요 단지의 절반밖에 안 된다. 전용 84㎡를 받으려면 6억~7억원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이유다.
상계택지지구에서는 7호선 마들역 인근 상계주공16단지(2392가구) 대지지분이 71㎡로 많은 편이다. 중랑천 건너편 창동주공19단지(1764가구)도 용적률 164%에 가구당 대지 지분 54㎡로 그나마 넓다. 이들 단지는 종 상향이 이뤄지면 더 높고 넓게 지을 수 있어 일반분양 가구가 늘어날 수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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