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게임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증시 상승세와 실적 개선으로 일본 게임주는 연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 게임주는 실적 부진과 중국발 게임 규제로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한·일 게임주 엇갈리는 희비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주로 구성된 ‘KRX 게임 TOP10지수’는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1.16% 하락했다. 이 기간 비슷한 성장주로 구성된 ‘KRX 인터넷 TOP10지수’가 7.62%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부진이 두드러진다. KRX 게임 TOP10지수는 주가가 상승하던 작년 12월에도 4.62% 떨어졌다. KRX 테마지수 중 낙폭이 가장 컸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게임주 중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28일 이후 12일까지 8.7% 하락하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위메이드(-5.0%) 펄어비스(-4.7%) 넥슨게임즈(-1.1%) 등도 약세를 나타냈다.
국내 게임주가 지난달에 이어 연초에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일본 게임주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도쿄증권거래소와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일본 ‘TOPIX 500’ 지수 종목 중 올 들어 12일까지 상승률 1위는 19.8% 오른 캡콤이었다. 이어 고나미그룹이 16.4%로 3위, 스퀘어에닉스가 13.8%로 4위, DeNA가 13.6%로 5위를 차지했다. TOPIX 500 상승률 상위 10개 중 4개가 게임주였다.
일본 게임 대장주로 꼽히는 닌텐도는 12일 8150엔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연초 이후 상승 폭은 10.4%다. 이 밖에 고에이테크모(10.2%) 세가사미홀딩스(8.9%) 소니(8.6%) 반다이남코홀딩스(7.48%) 등도 상승률이 돋보였다.
○中 규제 유탄에 실적 부진도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주가 최근 부진한 이유로 지난달 22일 발표된 중국의 게임 규제 강화를 꼽는다. 온라인 게임의 과금 유도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유료 재화 충전 한도를 설정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게임 대부분이 온라인 게임인 만큼 이들 업체엔 악재로 꼽힌다.국내 게임주의 작년 실적이 악화한 점도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작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497억원으로 2022년(5590억원)에 비해 73.2%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전년 대비 55.9% 줄어든 774억원, 크래프톤은 5.1% 감소한 7131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펄어비스와 위메이드는 각각 140억원, 91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게임사들은 콘솔 게임 비중이 높아 중국 과금 규제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 게임업체들이 지난해 게임 흥행으로 실적이 개선된 점도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컨센서스에 따르면 닌텐도의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기준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5517억엔으로 전년도 대비 9.3%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캡콤(15.5%) DeNA(19.0%), 고나미그룹(65.0%) 등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의 로빈 주 애널리스트는 “반다이남코와 캡콤은 최신작의 흥행에도 여전히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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