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강변을 따라 최고급 주거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이 일대가 ‘럭셔리 주거 벨트’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에테르노 청담(사진)은 스페인의 세계적인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설계한 단지다. 청담동의 대표 한강변 아파트로 떠오른 이곳은 가수 겸 배우 아이유 씨가 130억원에 분양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기존 건축물과 달리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살린 외관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분기 내 인근에 ‘에테르노 압구정’도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에테르노 청담은 이달 초부터 입주를 시작하면서 청담동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지를 설계한 모네오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거장이다. 그는 스페인 국립 로마예술박물관을 비롯해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미국), ‘스톡홀롬 현대미술관’(스웨덴) 등 세계 각지에서 선보인 대표 건축물을 통해 도시와 건물의 유기적인 조화를 추구해 왔다.
이 단지도 모네오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가다. 한강변과 건축물의 조화를 이루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는 얘기다. 황금 비율의 ‘파사드’(건축물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를 구현한 게 특징이다. 수직성이 강조된 기둥과 가로선의 구조를 통해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분양 관계자는 “내부에서 막힘 없이 한강 조망을 할 수 있게 설계했다”며 “일반 아파트가 네모난 창문으로 건물이 분절되고, 단절된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통일된 느낌이 강한 파사드 디자인을 통해 정돈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모네오는 당시 에테르노 청담을 단순한 주거단지로 생각하지 않고 설계했다고 한다. 그는 “건축적 의미를 투영해 주변 환경과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완공 후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려했다”고 말했다.
청담동 일대에는 틀에 박힌 외관에서 벗어난 다양한 설계의 하이엔드 주거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에테르노 청담은 지난달 한강변을 화려하게 수놓은 이색적인 미디어 아트쇼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영속성의 빛: 시대를 초월하다’를 주제로 열린 아트쇼에서 다양한 색상의 화려한 조명이 건물 외벽에 비치며 주목받았다.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의 대표 경관으로 꼽히는 청담 한강변에 그동안 이렇다 할 대표 건축물이 없었다”며 “에테르노 청담이 들어서면서 한강변 건축물 트렌드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단지는 지하 6층~지상 15층, 1개 동 29가구로 구성된다. 층별로 시장 3~9층 테라스맨션, 10층 디럭스 펜트하우스, 11~12층 그랜드 디럭스 펜트하우스, 13~15층 슈퍼 펜트하우스 등으로 이뤄진다. 부지 면적만 5128㎡로 앞서 공급된 에테르노 청담보다 약 1.6배 크다. 넥스플랜 관계자는 “노후 단지가 즐비한 압구정 일대에 들어서는 만큼 지역 건축 문화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