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인 ‘애플 왕국’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화웨이에 큰 땅을 내준 데다 차세대 승부처로 꼽히는 ‘인공지능(AI)폰’ 출시 경쟁에선 삼성전자에 선수를 빼앗겨서다.
1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의 전 세계 6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지난해 71%로, 2022년(75%)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16%→17%)와 화웨이(3%→5%)는 소폭 올랐다. 2020년 50%대였던 점유율을 단숨에 20%포인트가량 끌어올린 애플의 공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진원지는 중국이다. 선봉에는 지난해 8월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시리즈로 돌풍을 일으킨 화웨이가 섰다.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제조한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프로세서를 장착해 성능을 끌어올린 제품이다. 업계에선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최신 반도체칩을 수입해 넣을 수 없게 된 만큼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술력을 대폭 끌어올린 중국산 반도체로 반격했다. 중국 판매 감소가 애플의 글로벌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올해 첫주 들어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줄었다”고 밝혔다.
17일 미국에서 공개하는 삼성전자 갤럭시S24도 올해 ‘애플 천하’에 흠집을 낼 도전자로 꼽힌다. 스마트폰의 대세가 될 AI폰 시대를 삼성이 열어서다. 이 모든 악재가 엮여 애플은 지난 12일 장중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려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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