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이 지옥으로"…'모범택시' 속 그 사건, 실제 결말은

입력 2024-01-16 12:00   수정 2024-01-16 13:25


해외 취업을 빌미로 태국으로 불러들인 20대 청년을 감금하고 폭행 끝에 숨지게 한 이른바 '파타야 살인 사건'의 공범이 대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해 피고인이 공범과 함께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5년 태국 파타야에서 20대 한국인 청년을 지속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파타야 살인사건의 공범이다.

A씨는 태국에 머물다가 현지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도박 사이트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줄 프로그래머를 찾다가 한국에 있던 피해자 C씨를 소개받았다. B씨는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C씨를 태국 방콕으로 불러들였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해외 생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옥으로 변했다. B씨 일당은 프로그램 개발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C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했다. 폭행을 견디다 못한 C씨는 오피스텔을 탈출해 도망쳤지만 B씨 일당에게 붙잡혀 다시 돌아왔다.

이후 C씨가 파일공유 사이트에 구타당하는 소리가 녹음된 파일을 업로드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에 B씨 일당은 도박사이트의 사무실 주소가 노출됐다고 판단하고 사무실을 파타야로 옮기기로 했다. A씨는 자신의 SUV 차량에 B씨와 피해자를 싣고 파타야로 향했다.

이들은 이동하는 도중 C씨를 심하게 폭행 및 고문했다. 두 차례 이상 차량을 세우고 둔기로 C씨를 마구 때리기도 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C씨는 결국 차 안에서 사망했다. 피고인들은 한 리조트 주차장에 C씨의 사체가 있는 차량을 버려두고 도망쳤다.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태국 경찰에 자수해 이듬해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지 교도소에서 4년 6개월간 복역하고 2022년 4월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4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 사건 주범인 B씨는 사건 직후 베트남으로 도피했다가 인터폴 수배와 공조수사 끝에 붙잡혀 2018년 4월 국내로 송환됐다. 그는 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작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2018년 7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통해 전말이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작년 상반기 방영된 SBS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2 1회 에피소드의 소재로도 쓰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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