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AA.35598064.1.jpg)
우리나라의 인구정책 ‘컨트롤타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주요 부처 장관을 다 모아놨지만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지도, 조율하지도 못했다. 이런 가운데 민간위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정책 방향에 불만을 드러내며 사퇴 의사를 밝히자 저출산고령위의 정책 동력이 더욱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출산율이 반등할 정도의 효과적인 대책이 나오려면 ‘식물’이나 다름없는 저출산고령위의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5년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범정부 협의체로 출범한 저출산고령위는 구성만 보면 나무랄 게 없다. 대통령이 위원장이다. 저출산고령위를 끌고 나가는 부위원장은 장관급, 상임위원은 차관급이다. 예산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 장관,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 장관 등 양대 부총리가 모두 저출산고령위에 참여한다. 대통령과 장관, 각 분야의 민간 전문가까지 20여 명이 머리를 맞대 인구정책을 설계하고 조율한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우는 저출산고령위 역할이다.
하지만 저출산고령위의 컨트롤타워 기능은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예산에 관한 아무런 권한이 없다. 저출산고령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각 부처에 전달하고 부처 의견을 수합하긴 하지만 그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저출산고령위 민간위원은 “예산이 어찌 될지도 모르는데 저출산고령위 혼자 대책을 내놓을 수도 없고 부처들은 각자 다른 일이 더 급하니 ‘어렵다’고만 한다”며 “획기적인 대책도 돈이 있어야 나온다”고 토로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차라리 기재부 예산실이 책임지고 정책을 추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파견 공무원으로 이뤄진 소규모 조직으론 제대로 된 정책을 개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저출산고령위 실무를 맡은 사무국에는 30명 내외의 소수 인원이 근무한다. 이마저도 각 부처에서 파견돼 1년~1년 반 정도 지나면 원래 부처로 돌아간다. 또 다른 저출산고령위 민간위원은 “지금의 저출산고령위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전문성과 사명감이 생길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협의체로서 저출산고령위 기능과 역량을 본질적인 차원에서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산고령위 민간위원인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부터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한 저출산 대책을 특정 부처가 몰아서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저출산고령위가 아젠다를 세팅하면 각 부처가 적시에 같은 위기감과 긴급성을 가지고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허세민 기자 j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