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8일 11: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연초부터 바이오 기업의 IPO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닥친 한파가 올해부턴 다소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져서다. 성공적 증시 입성을 위해 기업가치를 낮추고 기술이전 실적을 앞세워 투자자 마음을 얻겠단 계획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체외진단 전문기업 오상헬스케어에 이어 신약 개발사 디앤디파마텍도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공모가는 2만2000~2만6000원이며 예상 시가총액은 2295억~2712억원을 제시했다.
상장을 준비 중인 곳도 다수다. 현재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를 받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AI(인공지능) 신약 개발사 온코크로스를 비롯해 12곳이다.
이 가운데 오상헬스케어, 디앤디파마텍을 비롯한 7곳이 지난 2021~2022년에 한국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곳이다. 당시 임상 초기 단계에 머무르거나 이렇다 할 기술이전 실적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시간이 지나 임상 시험 단계를 진행하고 기술이전 실적 등을 쌓은 뒤 상장 재도전에 나섰다.
이 밖에 웰마커바이오, 뉴라클사이언스, 넥셀 등이 작년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고 연내 상장을 목표로 상반기에 코스닥 상장 예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헬스케어 섹터가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았던 이유는 사업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기업가치에 거품이 끼었다는 평가 때문이었다”며 “바이오 기업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전략적으로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모주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은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기 일쑤였지만, 최근엔 기업가치를 낮춰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2월 공모 절차를 앞둔 오상헬스케어, 디앤디파마텍은 과거 바이오 열풍이 불 때 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목표로 상장 작업에 착수했던 곳이다. 이번엔 목표치를 크게 낮춰 각각 2000억원대 기업가치로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
주식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도 개선되는 추세다. 바이오 기업 주가가 저점까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KRX헬스케어지수는 작년 10월 2461.89포인트까지 하락한 뒤 상승세로 돌아서 1월 3300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다.
기술이전에 성공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확보한 곳들도 적지 않다. 외부 투자금이 기댄 '돈 먹는 하마'가 아니라 기술이전을 통한 수익 창출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디앤디파마텍은 작년 4월 미국 멧세라(Metsera)와 4억2250만 달러(약 5500억)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오름테라퓨틱은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에 총 1억8000만 달러(2334억원) 규모, 웰마커바이오는 유럽 바이오사와 7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각각 맺었다.
대형 증권사 IPO 본부장은 “그동안 바이오 투자에 대한 경험이 쌓이며 '모 아니면 도'식 묻지마 투자는 사라졌다"며 "하반기 금리인하 기조가 좀 더 뚜렷해지면 최근 2년간 혹한기를 견디며 체력을 다진 바이오 기업이 본격적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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