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손오공 하면 장난감으론 역사적인 회사 아니겠습니까. 완구 사업도 올해 바닥을 쳤으니까 다시 일으켜나가고, 리튬 배터리 신사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을 계획입니다.”
12일 서울 역삼동 손오공 서울 사무소(현 손오공머티리얼즈)에서 만난 최원식 각자대표(현 손오공머티리얼즈 대표)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과거 완구업계에서 세웠던 성공 스토리를 새로운 분야에서도 써내려갈 수 있다는 열정이었다.
손오공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손오공머티리얼즈 설립에 대한 안건을 가결해 승인했다. 임범진 대표와 함께 손오공의 각자 대표였던 최 대표는 이날 이사회 이후 손오공머티리얼즈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자원 등 신규 사업을 담당하기 위해서다. 임범진 대표가 단독으로 손오공의 대표이사를 맡는 것이다. 손오공이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열고 사업 목적에 2차전지·온실가스·에너지 절약기기 등을 추가한지 3개월 만의 변화다.
실제로 손오공의 지난해 실적은 ‘바닥’이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376억원으로 전년 동기(461억원)보다 18.44% 줄었다. 영업손실액은 같은 기간 33억원에서 55억원으로 더 커졌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체 IP(지적재산권) 제작 및 콘텐츠 투자에는 소홀해 터닝메카드의 인기가 하락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실적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다음 수익원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 4년간 매출 하락세가 지속돼 작년에 적자 전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대표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2월 볼리비아 국영기업인 볼리비아 리튬 광맥 공사(YLB)와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소재 사업 기반을 닦아놓은 덕분이다. 올해 1분기엔 볼리비아에서 가공을 마친 리튬을 국내 양극재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볼리비아는 전체 매장량 중 22.7%(4000만t)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리튬 보유국이다. 우유니 염호에만 1000만t이 매장돼있다.
최 대표는 "국영기업 YLB가 리튬 직접 추출(DLE) 방식을 도입해 기후 문제를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DLE는 염호에 파이프를 넣어 촉매를 통해 리튬만을 채굴하는 공법이다. 그는 "중국에서 이미 5000t가량을 DLE로 생산하고 있다"며 "조만간 볼리비아 관계자를 초청해 한국 고객사와도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납품 품목도 다변화할 계획이다. 탄소중립으로 주목받는 대규모 전기저장장치(ESS)는 그중 하나다. 화석 연료를 전기로 대체하기 위해 필수적인 ESS에 배터리용 리튬(순도 99.5%)을 납품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최원식 대표는 “공장, 선박 등 앞으로 ESS 시장은 무궁무진하게 커질 것”이라며 “시장이 수출 위주로 돌아간다는 강점도 있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배터리 순환 경제’에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폐배터리 수거 시장에 진출해 리튬 등 자원 재활용에 동참하겠다는 설명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 운영 노하우가 있는 임범진 손오공 대표, 리튬 등 배터리 소재 노하우가 있는 최원식 손오공 머티리얼즈 대표, 제조 노하우가 있는 기존 손오공 구성원들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구상이다.
최원식 대표는 “폐배터리를 분쇄·선별·건조해 만든 ‘블랙 파우더’를 이용하면 리튬 회수율을 95%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폐배터리가 폐기물로 규정돼있지만 내년부터는 한국도 자원화가 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리튬 유통을 시작으로 앞으로 재활용 사업을 키워가면서 3분기부터는 이익을 내도록 노력하겠다”며 “올해 목표는 완구 재고 분량을 털어내고 원점으로 만든 다음, 완구 사업과 신사업 모두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주 기자 djdd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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