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LG전자의 화두는 ‘가전은 LG’란 수식어를 뛰어넘는 것이다. 2021년 11월 선임된 조주완 LG전자 사장(CEO·사진)은 ‘비(非)하드웨어’ ‘B2B(기업 간 거래)’를 앞세워 체질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기 판매를 넘어 무형의 가치를 꾸준히 공급할 사업구조를 구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조 사장의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조 사장이 주목하는 신사업은 ‘스마트팩토리’다. LG전자의 자동화 공장 설계·구축·관리 노하우를 외부에 판매하자는 것이다. 하드웨어(공장)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사후 공장 관리) 수익도 낼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엔 첫 번째 외부 고객사 확보에 성공했다. ‘LG의 차세대 B2B 사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팩토리는 ‘지능형 생산공장’으로 불리는 생산 자동화 시설이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각 공정을 제어하는 게 특징이다.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생산 효율화에 나서면서 세계적으로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9년 1537억달러(약 206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올해 2448억달러(약 327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통신, 공조, 로봇 등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기술과 관련해서도 LG전자의 경쟁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남 창원 스마트파크, 미국 테네시 가전 공장 등에서 자동화 공정을 구축한 경험도 갖고 있다. 이들 공장은 스마트팩토리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등대공장’(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에도 선정됐다.
LG전자는 스마트팩토리 관련 ‘턴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고객이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공장 설계, 구축, 운영 단계까지 전체 과정을 함께하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일반적인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특정 영역을 컨설팅하고 업그레이드해주는 수준에 그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장 구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장 업그레이드 차원의 지속적인 개선 컨설팅도 사업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2차전지 사업을 하는 A사, 전장 부품 전문 B사에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지원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해외기업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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