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일 기준 혼인 신고한 지 5년 이하인 부부의 소득 구간별 자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연소득 1000만원 미만인 부부의 유자녀 비율이 60.1%로 가장 높았다. 연소득 7000만~1억원 미만 부부는 46.2%만 아이가 있었다. 연소득 1억원 이상 부부도 유자녀 비율이 48.4%로 아이가 없는 집이 더 많았다. 자녀가 둘 이상인 부부의 비율도 연소득 1000만원 미만 부부가 15.1%로 가장 높았고 연소득 1억원 이상 부부는 7.9%만 둘째가 있었다.
국민소득과 출산율도 일반적으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 평균은 1.5명에 불과하다. 한국도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출산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자녀를 열등재로 보기도 한다. 열등재란 소득이 늘면 수요가 감소하는 재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은 자가용에 비해 열등재다. 돈을 많이 벌면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타듯이 잘 먹고 잘살게 되면 아이를 덜 낳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득과 출산 사이에는 소득 효과만이 아니라 대체 효과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대체 효과란 두 가지 재화 중 어느 한 가지의 가격이 달라져 상대적으로 비싸진 재화의 수요는 줄어들고 저렴해진 재화의 수요는 늘어나는 현상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출산과 양육의 기회비용이 커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비싸진 출산과 양육 대신 일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듯 소득 효과는 출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체 효과는 출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대체 효과가 소득 효과보다 크다면 출산율은 하락한다.
소득과 출산의 대체 효과를 없앨 수 있다면 어떨까. 데이비드 체사리니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은 스웨덴에서 복권에 당첨된 18~44세 남녀 9만 명의 결혼과 출산 이력을 추적 조사했다. 복권 당첨금은 불로소득이다. 일을 위해 자녀를 포기해야 하는 것과 같은 기회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번 돈이다. 즉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출산 이력을 조사하면 대체 효과를 배제한 소득 효과를 판별해낼 수 있다. 연구 결과 100만크로나(약 1억3000만원)의 복권 당첨금을 받은 남성은 2년 안에 결혼할 확률이 25% 높아지고 자녀 수는 13.5% 늘었다. 대체 효과를 배제하고 본다면 자녀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정상재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인터넷에서 ‘가난한 사람은 자식을 낳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자녀에게 풍족한 환경을 제공해 주지 못하는 사람은 부모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과연 돈이 없어서, 집값이 비싸서 아이를 안 낳는 것일까. 돈이 아니라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비뚤어진 가치관이 초저출산의 진짜 원인이 아닐까.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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