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3 상반기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 중 부동산업 침체로 부동산 관련 신규 창업이 전년 동기 대비 6만1616개(47.3%) 줄었다. 부동산업을 빼면 신규 창업이 오히려 1만6229개(2.9%) 증가할 정도로 부동산 관련 창업 감소폭이 컸다는 설명이다.
창업뿐만이 아니다. 건설회사의 공사 중단, 부실 공사 등 경기 침체 징조를 가장 빨리 ‘캐치’하는 건 설계를 담당하는 건축사무소다. 매년 최소 10% 이상 연봉이 올랐다는 A 건축설계사무소의 설계사는 “매년 연봉이 오른 것은 물론 연말 인센티브도 꽤 많았는데 지난해 말 인센티브는 제로였다”며 “올해 연봉도 동결되는 등 업황이 최악”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량이 뚝 끊기자 부동산중개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휴·폐업한 전국 공인중개사무소는 1만4209곳으로 전년 동기(1만1145곳)보다 27%가량 늘었다. 12월까지 감안하면 1만5000곳이 훨씬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그나마 중견기업 비중이 높은 업종은 선방하고 있지만 중소·영세 사업자 비중이 높은 곳은 ‘울상’이다. 특히 가구업계는 “통계가 없으니 지원책도 없을 수밖에 없다”며 자조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건자재는 매출 규모가 더 큰 중견기업이 많지만 가구는 업황을 살펴볼 수 있는 통계 수치를 내지 않을 정도로 영세한 곳이 많다”고 했다.
동네 장사를 기반으로 하는 도배, 이사, 장판 등의 자영업은 가장 타격이 늦게 오는 산업군인데도 이미 역대급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 B 도배 전문업체 사장은 “동네 장사 30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되기는 처음”이라며 “우리가 이 정도면 지방의 영세 사업자들은 한 달 안에 문 닫을 위기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지혜/최형창 기자 spo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