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사가 일본 선사로부터 중형 벌크선 건조 계약을 따내며 사상 처음으로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조선사가 거의 만들지 않는 선박이지만, 자국 내 조선사에 발주했던 일본 선사가 처음 중국에 발주를 낸 것이라 주목된다. 중국 조선사의 가격 경쟁력, 기술력이 해양 강국인 일본 선사의 벽을 넘었다는 평가다.
23일 조선·해양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중국 신다양조선은 최근 일본 선사로부터 6만4000DWT(재화중량톤·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최대 중량)급 벌크선 두 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맺었다. 2019년부터 5년간 지속적인 영업 결과 수주에 성공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척당 3400만달러에 계약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선사들은 전통적으로 자국 조선소에 발주해왔다. 일본 기업들은 한 때 전세계 조선 산업을 주름잡는 생산거점이었지만, 지금은 자국 선사의 발주만 따내는 수준이다. 일본 조선사는 자국 선사가 운영하기 용이한 규격과 설계로 선박을 제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조선사가 일본 선사와 첫 계약을 따낸 것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선사로부터 건조 경험을 쌓으면 중형 벌크선 이외 다른 선박을 발주하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 트레이드윈즈는 “일본 선주는 중국, 그리스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선주국”이라며 “중국 조선사에 이번 수주는 이정표라 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들이 중형 벌크선을 거의 제작하지 않고 있어 이 계약 자체로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조선사의 대외 확장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인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는 한국 조선사가 한 수 위로 평가받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은 연초부터 미래 먹거리인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를 잇따라 수주해내고 있다. 중국 조선사가 아직 범접하기 어려운 분야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 22일 수주한 선박은 2028년 6월 인도분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단일 계약 건으로 4년6개월치 수주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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