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투자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평가할 때 활용하는 주요 지표인 통행시간가치(원/시간·인)가 수도권의 경우 실제 통행행태 반영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수도권 교통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왜 안되나?’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5일 밝혔다.
통행시간가치(VOT, The Value of Travel Time)는 한 사람이 통행하는 데 걸리는 총 시간을 ‘1시간 줄이기 위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전적 가치’를 뜻한다. 이는 도로 투자사업의 경제성 평가 등, 다양한 교통 정책을 정할 때 활용하는 주요 지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지침상의 통행시간가치는 대체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토교통부 지침에서 제시한 수치를 적용하는데, 이는 전국의 지역 간 통행을 기반으로 산정한 결과다.
그런데 지역별 교통 정책을 만들 때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지표를 기초로 특정 지역 내 교통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계획을 만들면 타당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실제 수도권의 통행 특성과 대중교통 통행의 중요성 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 통행자를 대상으로 통행시간가치를 새롭게 산정한 결과, 수도권 비업무 및 대중교통 통행자의 통행시간가치가 기존보다 높은 수준으로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수도권 통행자는 소득수준 증가 및 삶의 질 향상으로 비업무 통행을 업무 통행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비업무 통행에 대한 가치가 증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통행자의 경우 업무 목적의 승용차 통행시간가치는 3만1064원으로 전국 기준보다 약 7000원 높게 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목적의 대중교통 통행시간가치는 2만6850원으로 나타났다. 업무 목적이 아닌 경우의 승용차 통행시간가치는 2만5631원으로 전국 기준인 1만811원보다 약 14000원 높게 산정됐다.
경기연구원이 비업무 목적 중에서도 여가 목적의 통행시간가치를 별도로 산정해 보니 승용차 통행시간가치는 2만4127원, 여가 목적의 대중교통 통행시간가치는 1만9814원인 것으로 산정됐다.
수도권 통행자의 통행시간가치는 승용차가 대중교통수단(버스·지하철) 보다 높게 나타났고 업무, 비업무, 여가 통행 순으로 나타났으나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김병관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특성에 맞는 통행시간가치를 반영한 수도권 교통투자 사업의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평가 수행이 필요하다”며 “수도권 대중교통 통행자의 높아진 통행시간가치를 고려하면 대중교통 정책의 당위성 및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GTX, BRT, DRT 등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공급하여 대중교통 통행 시간을 절감시킬 수 있는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며 “통행시간가치만이 아닌 다양한 교통정책 추진을 위한 기반 및 기초 연구 수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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