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학 교수가 "지역 경제의 파편화가 선을 이미 선을 넘었다"면서 "한번 들어서면 돌이키기 힘든 경제 파편화가 생산효율성과 무역효율성을 크게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이아몬드 교수는 25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금융포럼에서 "세계 여러 지역이 다른 그룹으로 나뉘면 무역효율성과 생산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하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큰 역할을 한 경제통합이 빠르게 저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빗대 현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게임이론 중 '수인의 딜레마'를 인용했다. 수인의 딜레마는 개별 사람들이 자신의 최대 합리성을 추구하게 되면 사회 전체의 효율성은 오히려 저해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전형적인 수인의 딜레마인 은행의 뱅크런을 예를 들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아무도 돈을 찾지 않고 은행에 안정적으로 돈을 맡기는 상황이면 모두의 효용이 가장 커진다"며 "하지만 모두가 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먼저 달려가는 사람과 뒤따르는 사람의 희비가 갈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돈을 찾아야 한다는 개인으로서 가장 합리적인 생각이 사회의 효율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먼저 달려간 사람의 효용이 은행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보다 커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정학적 문제도 분열 없이 모두가 통합을 이루는 게 최선이지만 각 국가가 부정적 판단을 하기 시작하고, 특정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모두가 불행한 상황이 된다"고 했다. 그는 "A 국가가 B국가 기업에게 무역장벽 등으로 손해를 끼치는 일을 한다면 B국가 역시 대응이 필요하다"며 "B국가는 덜 효율적인 무역방식을 찾게 되고. 두 국가 모두 비효율로 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티핑포인트를 넘어서면 상황을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며 "그 상황에선 장벽을 유지하고 상대국에게 피해를 주는 게 '자신만 피해를 보는 상황'보다 효율적인 판단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다소 우울한 예측"이라고 덧붙였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파편화가 당장 금융위기 등의 위기를 초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제적 효율성에 문제가 생기면 위기에 대한 취약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어떻게 하면 전 세계적인 합의를 다시 끌어낼 수 있을지는 제 능력 밖"이라면서도 "서로를 보호하려는 여러 진영의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정책입안자는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또 유권자들에게 '우리는 다시 궤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종의 내러티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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