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는 1년에 국채를 얼마나 많이 발행할까요? 2000년에 약 15조2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했고, 2015년에는 약 100조원의 국채를 발행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약 165조7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했다고 합니다. 2000년 대비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국채 발행물량 증가폭을 보니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럼 그 많은 국채는 누가 보유하고 있을까요? 2023년 기준 투자자별 국채 보유 비중을 보면 국내기관(보험·기금·은행 등)이 78.1%, 외국인이 20.4%를 차지했습니다. 개인은 불과 1.5%에 불과했죠. 개인의 국채 보유 비중이 유난히 낮습니다. 개인의 국채 보유 비중은 영국(2021년 기준 9.1%), 싱가포르(2021년 기준 2.6%)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올 6월 안에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을 개시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총 1조원의 개인투자용 국채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10년 만기물과 20년 만기물 두 가지로 발행될 예정이며, 연간 최대 1억원까지 투자 가능합니다. 그럼 개인투자용 국채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기존 국채는 공개 시장을 통해, 즉 경쟁을 통해 발행금리가 결정되지만, 개인투자용 국채는 발행 이전에 발행금리가 확정됩니다. 정확히는 전월 발행 동일 연물 국고채 낙찰금리를 적용하게 되는데 투자자의 의사 결정을 단순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약간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중 금리가 급변할 때에는 유리한 가격에 국채를 매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기존 국채는 일반적으로 1년에 두 번 이자를 지급하지만,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이자 지급식입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확정된 표면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연복리 방식으로 계산한 이자를 만기일에 원금과 함께 일괄지급할 예정입니다. 가장 안전한 장기투자처로 노후 대비 자산을 만드는 용도로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관건은 바로 가산금리입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월 가산금리가 결정될텐데, 이 가산금리의 수준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따라 개인투자용 국채의 인기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존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에 대해서는 15.4%의 이자소득세가 과세됩니다. 다른 이자소득, 배당소득과 합쳐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해당돼 최대 49.5%(지방소득세 포함)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반면 개인투자용 국채는 매입액 2억원까지 14.0%의 분리과세가 적용돼 저율과세일 뿐만 아니라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제외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채권 투자는 확정된 이자를 만기까지 안정적으로 받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채권 가격이 상승했을 때 중간에 팔아 매매차익을 거둘 수 없다는 건 분명 기회비용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이 거둔 채권 매매차익은 과세도 되지 않기 때문에 채권투자 목적의 아주 중요한 한 축에 해당합니다.
물론 상속, 유증, 강제집행 등의 예외적 상황에서는 명의 이전이 가능하지만, 결정적으로 개인투자용 국채는 증여가 불가능합니다. 참고로 미국은 만기 10년 이상 장기국채를 10년 이상 보유할 경우 직계비속에게 증여하더라도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무위험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려는 투자자, 10년(20년) 장기 적금식 채권투자를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투자자 등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좀 더 두터운 수요층을 만들고자 한다면 △개인투자용 국채의 매도를 허용해 매매차익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개인투자용 국채의 증여를 허용해 자산의 이전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가산금리 적용으로 장기간에 걸쳐 막혀 있던 유동성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후속 조치가 추가적으로 반영되길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