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은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는 법안에 담긴 특별조사위원회의 압수수색 등 권한이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특조위가 정쟁에 활용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특조위가 운영돼야 한다면 헌법 질서에 부합해야 하나, 이번 법안에 담긴 특조위는 그 권한과 구성에서부터 이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며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별법은 이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재표결에 들어갈 전망이다.
대신 정부는 이태원 유가족과 피해자를 위한 지원과 배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부는 유가족과 협의해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방 실장은 “피해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과 의료비, 간병비 등을 확대하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재판 결과가 최종 확정되기 전이라도 신속하게 배상과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참사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본 근로자와 구조 활동 중 피해를 당한 피해자에게도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유가족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희생자 추모시설도 건립할 계획이다.
정부는 신속한 지원을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10·29 참사 피해지원 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방 실장은 “오늘부터라도 위원회 구성에 착수할 계획이고, 지원 대책에 대한 정부 초안이 만들어지면 피해자 및 유족들과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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