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산업현장에서의 노동자 생명 안전을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고 했지만, 상식적으로나 정치 도의상으로나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애초에 산안청 설치 요구부터 무리한 것이었다. 3년 전 문재인 정부는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비해 고용노동부 산하에 산업안전보건본부를 만들었고, 이 조직이 큰 탈 없이 산업안전과 보건정책을 총괄해오고 있는 마당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2021년 산안청을 설립하기로 하고 관련 법안도 발의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처벌 위주라는 지적과 함께 근로감독 권한을 두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으로 무산되자 산업안전보건본부 설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주당 집권 시절엔 관철하지 못해놓고 정권이 바뀐 뒤 돌연 산안청 설치를 중대재해법 유예 협상 카드로 들이민 것은 비겁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이 처음부터 유예 법안을 처리해줄 마음이 없었으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시간만 끈 것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계의 눈치는 중요하고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온갖 어려움과 혼란을 겪을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처지는 외면하면서 민생정당이라고 외칠 자격이 있나. 법 자체도 ‘걸면 걸리는’ 식의 문제투성이인 터에 안전 보건 대응력이 취약한 영세업체가 이 법을 적용받으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고, 근로자들은 실직 위기에 몰릴 수 있다. 그 후폭풍에 대한 책임은 모두 민주당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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