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일 의원총회에 당원 투표에 따른 비례대표 선출 방식 결정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 처리와 관련해 의원들 사이에 논쟁이 길어지면서 해당 안건은 논의조차 못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제 방향을 정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의총 등을 통해 총의를 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을 통해 비례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준연동형에서는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고, 그만큼 소수당의 원내 진입이 늘어난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 대표 역시 2022년 대선에서 약속한 바 있다. 이탄희 의원 등은 “이번 총선에선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말고, 제도 취지에 맞게 소수당의 의석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 대표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병립형 회귀를 암시한 이후 지도부 입장이 바뀌었다. 준연동형 도입에 처음부터 반대했던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창당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만 의석수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 대표로선 자신의 대선 공약을 어긴다는 것이 부담이다. 지난달 26일에는 민주당 의원 81명이 준연동형 유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는 등 당내 반발도 여전하다. 일반 당원 중에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가 많아 당원투표를 거치면 병립형 비례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에서 “대개 천벌 받을 짓은 전부 당원 투표를 해서 하더라”며 “이번에 또 뒤집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이 대표를 누가 믿겠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귀책으로 치러진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 위해 당헌을 바꾸면서 당원 투표를 활용했던 것을 지적한 것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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