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올랐다. 지난해 7월(2.3%)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7월(6.3%)을 정점으로 상승했다가 작년 7월 2.3%까지 하락해 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여름철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한 달 만인 작년 8월 3.4%로 오른 후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갔다.
당초 정부는 이달 초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여파로 올해 초반엔 3% 수준을 유지하다가 하반기 이후 2%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얼마나 빨리 2%대에 진입할 수 있는지가 올해 물가 관리의 핵심이었다.
물가지수 품목 중 가중치가 높은 석유류가 전년 동월 대비 5.0% 하락한 영향이 컸다. 공업제품 상승률은 1.8%로, 전년 동월(6.0%) 대비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가공식품 상승률도 3.2%로, 전월(4.2%) 대비 둔화됐다.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5.0%였다. 전년 동월 상승률(28.3%) 대비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석유류 및 가공식품이 전월보다 하락하고,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률도 줄어들면서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농산물값이 계속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 지수들은 지난달에 이어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신선어개·채소·과실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4% 올랐다. 지난달 상승폭(14.5%)과 비슷한 수준이다. 작년 10월(13.3%) 이후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신선과실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5% 급등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 대비 8.0% 상승했다. 특히 농산물 물가는 15.4% 올랐다. 사과는 전년 동월 대비 56.8%, 귤은 39.8% 올랐다. 파와 토마토도 각각 60.8%, 51.9%씩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2.6%로, 전월(3.1%)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5% 올랐다. 전월(2.8%)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올랐다. 전월(3.7%) 대비 상승폭이 둔화됐지만 작년 8월(3.9%) 이후 6개월째 ‘3%대 이상’을 유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중동지역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재상승하는 등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2%대 물가가 조속하고 확실하게 안착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과·배 등 가격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 100억원을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올해 사과·배 계약재배 물량도 8000t 확대해 향후 수급 불안에도 미리 대비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성수품 공급 확대, 할인 지원 정책 등을 밀착 관리해 16개 설 성수품의 평균 가격을 전년보다 낮게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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