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속도로 상승한 이유는 작년 12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계기로 형성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새해 들어 꺾였기 때문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작년 말 Fed는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시장에선 올 3월부터 최대 여섯 차례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퍼졌다”며 “올 들어 Fed 이사들이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런 기대가 다소 꺾인 점이 1월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불안을 키우는 대내적 요인도 지난달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지난달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이어져 한국 투자에 대한 외국인의 불안감이 확대됐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국내 내수 경기에 대한 위협 요인이 부각된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31일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 필요한 모든 금리 인상을 완료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가 예상대로 진전한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3월을 금리 인하 시기로 확정할 수 있는 확신에 도달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올 3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며 외형적으로는 매파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시기의 문제일 뿐 올해 금리 인하는 확실해졌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환율 상승을 이끌어온 미국의 긴축이라는 ‘큰 기둥’이 뽑힐 예정이기 때문에 1분기 내에 환율이 1200원 후반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문위원은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유동성을 흡수해온 양적긴축(QT)과 관련한 논의를 3월에 하겠다는 발언도 내놨다”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QT 완화 기대가 겹치면서 올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께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2분기엔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올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경제가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올해 전반적으로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겠지만 큰 변화를 보이진 못하고, 원·달러 환율 연간 평균을 1270~1280원 사이로 본다”고 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 시점인 5월보다 늦어지면 원화 약세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와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지표가 워낙 좋아서 Fed의 실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9월로 예상된다”며 “올여름은 돼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시화하며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밑으로 내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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