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불출마…안철수·나경원은 단독신청

입력 2024-02-04 18:30   수정 2024-02-05 00:49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의 단초가 됐던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4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 회동을 한 지 엿새 만이다. 김 위원은 앞서 서울 마포을에 출마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의 사천(私薦) 논란이 일었다. 또 김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대통령실의 불편한 기류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金 불출마 사전 논의 없었다”
김 위원은 이날 SNS를 통해 “이번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숙고 끝에 내린 결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포을을 포함한 4·10 총선 승리를 위해 비상대책위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그동안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한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위원을 직접 마포을 출마자로 깜짝 소개하자 여권에선 ‘사천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이 이를 이유로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이 매체 인터뷰 등에서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해 “프랑스 혁명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 드러나면서 폭발된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의 반발을 불렀다고 보고 있다.

여권 안팎에선 ‘윤·한 갈등’의 출구 전략으로 김 위원의 비대위원 사퇴설이 돌았다. 공천은 신청하되 비대위원직을 던질 것이란 관측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김 위원이 총선 출마를 포기하자 정치권에선 엇갈린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사천 논란이 계속되면 한 위원장의 과감한 현역 물갈이가 어려워진다”며 “김 위원이 한 위원장의 부담을 덜어주되 스피커로서 힘을 실어주는 길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의 힘겨루기에서 사실상 패배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김 위원의 총선 불출마를 두고 “사전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소신에 따라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책임감 있게 결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4개 지역은 ‘나홀로’ 공천 신청
국민의힘은 전날 공천 신청을 마감하고 이번주부터 물갈이 작업에 시동을 건다. 당에 따르면 지역구 공천엔 858명이 신청했다. 전국 253개 지역구의 평균 경쟁률은 3.35 대 1이었다.

서울 49개 지역구엔 156명이 신청해 3.18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역구가 59개로 가장 많은 경기엔 228명이, 인천 13개 지역구엔 46명이 지원했다.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권 역시 지원자가 몰렸다. 65개 지역구에 278명이 공천을 신청해 평균 경쟁률은 4.28 대 1을 기록했다. 반면 호남은 28개 지역구에 신청자가 21명에 그쳐 미달했다.

지역구별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11명이 신청한 경기 하남이다. 충남 논산·계룡·금산에도 10명이 몰렸다. 두 곳 모두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없는 곳이다.

공천 신청자가 1명인 지역은 44개였다. 다만 비공개 신청자가 있을 수 있다. 나경원 전 의원(서울 동작을)과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을 비롯해 민주당에서 이적한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 등이 단독 신청자로 분류됐다. 이들은 이변이 없는 한 공천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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