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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병원 등 의료기관을 자주 방문하지 않는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연간 최대 12만원을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로 되돌려주기로 했다. 반대로 1년에 365회 이상 외래진료를 받는 가입자는 본인 부담률을 최고 90%까지 높이기로 했다. 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해 건보 수가(의료행위 대가)를 대폭 인상하고 비급여와 급여의 ‘혼합진료’는 금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4일 이런 내용이 담긴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발표했다. 5년간의 중장기 건강보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계획이다.
정부는 연간 의료 이용량이 현저히 적은 건보 가입자에게 전년도 보험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최대 연 12만원)을 ‘건강 바우처’로 되돌려주기로 했다. 중장년층보다 의료 이용 횟수가 적은 청년층(20~34세)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시범사업 결과에 대한 평가를 거쳐 전체 연령대 가입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분기별로 1회 미만, 1년에 3회 정도로 의료 이용이 적은 가입자에게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건강한 사람이 바우처를 적립해 추후 병원 이용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물리치료처럼 필요도가 낮거나 의학적 효과가 불분명한 서비스는 이용 횟수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본인부담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어렵고 위험한 수술 수가 인상…의료 '양' 아닌 '질'로 차등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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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의료 양이 아니라 질과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하는 대안적 지급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3분 진료’처럼 양(진료 건수)만 보는 틀에서 벗어나 실질적 의료 질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정부는 예상 수입을 고려한 건보 지출 목표를 설정해 지출 효율화를 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매년 5월 수가 계약을 체결한 뒤 8월에 보험료율을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보험료 결정 범위 내에서 수가를 정하는 것이다.
직장가입자의 형제자매까지 가능한 피부양자 범위도 점차 줄여나간다.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게 얹혀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도 건보 혜택을 누려 건보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건보 가입자의 30%가 이들 피부양자에 해당하는 만큼 인정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튜버 등 새로운 형태의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방식도 검토한다.
정부는 법에 따라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건보료율의 법적 상한을 높이는 방안의 사회적 논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올해 건보료율(7.09%)이 7%를 넘어서 8%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보료율이 이미 10% 넘는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처럼 한국도 법정 상한을 높이거나 폐지해 보험료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번 2차 종합계획은 건보 재정 위기 속에 필수의료 지원에 무게를 싣는 동시에 지출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방향이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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