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의료개혁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지난 1일 정부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4대 정책 패키지를 발표한 데 이어 6일 대대적인 의대 증원 규모까지 확정하면서다. 국내 의대 정원이 3058명에서 2025학년도부터 2029학년도까지 5038명으로 늘어나면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가 추가 배출된다. 정부는 이들이 지역에 남아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도록 의사 인력 수급 현황을 주기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날 정부는 2031~2035년 5년간 1만 명의 의사를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수요 1만5000명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5000명의) 의사 인력 부족은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착실히 실천하고 의료 수요를 관리해 메꿔나갈 것”이라며 “‘시니어 의사’ 활용 등을 통해서 의사 확충 전까지 수요를 충족하겠다”고 했다.
확대한 의대 정원을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주기적으로 의사 인력 수급 현황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령화 추이와 감염병 유행 상황, 의료기술 발전 동향 등 바뀌는 의료 환경과 국민의 의료 이용 상황에 맞춰 합리적으로 의료 인력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원 확대 의지만큼은 강하게 표현했다. 조 장관은 “2025년부터 확대해도 이들이 졸업하는 것은 2031년일 정도로 의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했다.
2021년 국내 임상의사(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OECD 평균 3.7명의 70% 수준이다. 2020년 기준 국내 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 명당 7.3명으로, OECD 평균인 14.0명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한 데다 돈 잘 버는 인기 분야로 쏠림이 심해지면서 지역·필수의료는 고사 직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금이 의료개혁을 추진할 ‘골든 타임’”이라고 언급한 이유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을 해소하려면 필수의료 인력이 확보돼야 한다. 지역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지역 의대 증원과 의료 시스템 구축은 중요하다. 의과학자 양성 등을 통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에도 의사 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전국 어디에 살든 좋은 병원과 의사에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병원에 제대로 투자하고,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배정해 지역의료 완결체계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논의를 재개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지난해부터다. 정부와 의료계 간 의료현안협의체가 시작됐고 28차례 만남이 이뤄졌다. 정부는 사회 각계각층과도 130차례 넘게 소통하면서 제도 도입에 공을 들였다.
이날 발표에서 의대 신설 방안은 제외됐다.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바로 배정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대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국내 의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기 때문에 의대를 졸업한 사람이 지역에 살면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건 조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양측의 의견을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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