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규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나선다.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뿐만 아니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 전반의 판매 적합성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6일 “안전한 예·적금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파는 게 맞느냐는 문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라며 “홍콩 H지수 ELS 사태를 수습한 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다른 상품 판매 실태도 면밀히 파악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판매 방식 규제도 강화한다. 금융소비자가 손실 가능성을 확실하게 인지한 상태에서만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은행권은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을 겪었다. 치매에 난청까지 있는 79세 노인에게 상품을 권유한 사례 등이 공개되면서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이 고위험 금융상품을 사모펀드 형식으로 팔지 못하게 했고, 신탁 판매도 제한했다. 다만 은행권의 반발을 감안해 5대 지수를 기반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신탁 판매는 허용했다.
그중 하나인 홍콩H지수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와 관련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상품 가운데 올 들어 만기가 돌아온 상품의 손실액은 지난 2일까지 3748억원, 평균 손실률은 53.1%로 집계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에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지난주 국민·신한·하나은행은 당분간 모든 ELS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작년 10월부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ELS를 팔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ELS 손실 사태를 수습한 뒤 고위험상품 판매 규제를 살펴볼 방침이다. 원금 비보장성 상품 중 20~30%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금융투자상품 가운데 원금보장형·부분보장형 등 비교적 안전한 상품만 취급하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에선 자산관리 서비스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 취급에 제한을 걸겠다는 건 사실상 자산관리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최한종/강현우/정의진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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