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밥상'에 김건희·김혜경 올린 여야…디올이냐, 법카냐

입력 2024-02-11 12:34   수정 2024-02-11 14:15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공격을 총선 전략처럼 활용하는 모양새다. 양당은 설 명절 밥상에 두 여성을 올리고자 극한의 정쟁을 벌인다. 밥상머리 민심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대표의 아내 김씨를 설 연휴 직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할 방침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설 연휴 시작 전 김씨 비판에 열을 올렸다. 민주당은 김씨 기소 방침에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저급한 정치공작"(정성호 의원), "법인카드 문제를 끄집어내는 건 총선을 앞두고 흙탕물 전쟁으로 가자는 것"(윤건영 의원) 등 강하게 반발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법인카드 문제와 명품 수수 의혹 문제는 질이 다르다"고 헀다.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앞장서 띄웠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31일 기자들과 만나 "만약 민주당의 어떤 예비후보자가 법인카드를 자기 샴푸를 사고 초밥을 먹고 부인에게 준 것이 걸렸다면 공천을 할 것이냐"고 압박했다. 이어 정희용 원내대변인도 논평으로 "자영업자는 매출 감소를 버티지 못하고 마지막 생존 수단으로 폐업을 결정할 때 의혹이 불거진 것만으로도 공직에서 사퇴하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을 유권자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고자 열심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설 연휴 직전 방영된 KBS 특별대담에서 김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을 놓고 총공세를 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논평으로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의에 대한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께 용서를 구할 길은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고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천명하는 것뿐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김씨와 김 여사가 나란히 각 진영의 '리스크'로 불렸던 건 비단 오늘내일의 일이 아니다. 대선 정국이었던 2022년 3월에는 당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배우자 문제가 어느 쪽이 더 크냐는 여론조사까지 이뤄졌을 정도다. 이 시기는 김 여사의 허위 경력 논란, 김씨의 공무원 사적 심부름 논란이 불거졌을 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국민일보 의뢰로 성인 1012명을 상대로 진행했던 이 조사(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43%는 김 여사, 41.1%는 김씨의 문제가 더 크다고 답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김 여사와 김씨 문제를 마치 총선 전략처럼 활용하는 것 같다"며 "민생에는 하등 도움 안 되는 정쟁에 국민의 정치 혐오만 늘어날까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한 의원실 선임비서관은 "정치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여야가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기자가 만난 시민들도 피로감을 호소했다. 대학원생 박모(28)씨는 "의혹의 실체가 있다면 수사기관이 수사해서 재판에 세우면 되지, 몇 년을 배우자 문제로 싸우는 건지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여의도 직장인 이모(38)씨는 "정치권이나 소위 '정치병자' 빼고는 배우자 문제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관심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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