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조모씨(29)는 최근 수면장애로 ‘수면용 디지털치료제’를 구하려고 집 근처 의원을 찾았지만 헛걸음했다. 조씨는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면용 디지털치료제를 승인했다고 해서 병원을 찾았는데, 아직 1차 의료기관에선 처방이 안 된다고 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디지털치료제 늑장 인허가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선 불필요한 규제로 처방이 이뤄지기까지 독일 등 선진국보다 1~2년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첫 디지털치료제인 솜즈는 수면장애 치료제다. 앱을 통해 수면 습관 교육, 수면 방해 행동 중재, 실시간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 약 없이 디지털치료제만으로 습관을 교정해 질병 치료가 가능하다. 수면제 등 약 의존도를 낮추면서 치료 효과를 낸다. 솜즈는 지난해 2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으나 지난달 9일 서울대병원에서 첫 처방이 이뤄졌다. 식약처 승인 후 처방까지 1년 가까이 걸린 것이다.
솜즈를 개발한 에임메드의 정경호 본부장은 “식약처 허가 이후 회사에 언제 출시되는지 묻는 전화가 이어졌지만 기다려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경도인지장애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인 이모코그는 국내와 독일에서 허가 절차를 동시에 시작했다. 독일에선 이미 임시 등재를 위한 마지막 단계를 밟으며 곧 출시를 앞두고 있으나, 국내에선 ‘감감무소식’이다. 처방까지 1~2년 더 걸릴 전망이다.
독일에선 국내 식약처 승인과 동일한 효력의 임시 등재 허가만 받으면 곧바로 비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독일은 디지털치료제가 의약품·의료기기 등과 같이 신체에 물리적 영향을 끼치지 않아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고 보고 빠른 절차를 마련했다. 제품 개발 후 처방까지 걸리는 기간이 독일은 1년 이내로, 한국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도 독일의 제도를 본떠 디지털치료제 승인 제도를 마련했다.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는 “디지털치료제도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결국은 데이터 싸움”이라며 “앱을 처방받은 환자가 많아져야 효과를 개선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현재는 속도면에서 해외 업체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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