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99.33888329.1.jpg)
여당과 야당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경쟁하듯 내놓은 복지 공약은 관련 입법 등을 거쳐 정책으로 현실화하면 대부분 ‘의무지출’이 된다. 법으로 정해져 있어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지출이다. 여야가 모두 공약으로 내건 간병비 급여화, 여당과 야당이 저출산 대책으로 각각 내놓은 초·중·고교생 대상 연 100만원 바우처 지급, 다자녀 가구 부채 1억원 탕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복지 의무지출은 이미 연평균 7%대로 급증해 여야의 선심성 복지 공약이 현실화하면 재정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의무지출 급증으로 정부 재정 정책 운신의 폭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식물정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AA.35835610.4.jpg)
의무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은 복지 분야다.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제, 건강보험에 투입되는 국고 지원 등이 대표적 항목이다. 2032년 의무지출의 53%에 달하는 294조7000억원이 복지 분야에서 나간다. 10년간의 증가율은 연평균 7.2%로 모든 분야를 통틀어 가장 빠른 추세다.
반면 정부가 정책 의지에 따라 재량을 갖고 편성할 수 있는 예산인 재량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향후 10년간 2.7%에 그친다. 지난해 총지출의 47.1%였던 비중도 39.5%로 낮아진다. 그마저도 국방비, 공무원 인건비, 법에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줄이기 어려운 사회보장성 지출 등 경직성 재량지출을 제외하면 이 비중은 20% 이하로 떨어진다. 지난 1월 발표된 박노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 총액(638조7000억원) 가운데 의무·경직성 지출의 비중은 80.5%에 달했다.
이는 예정처가 정부의 올해 예산안에 반영된 정책만을 고려해 추정한 것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내놓은 수십조원대 복지 공약을 반영하면 의무지출 비중은 큰 폭으로 증가한다. 여당과 야당이 2027년부터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간병비 급여화가 현실화하면 연간 15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약한 신혼부부 1억원 대출 후 원리금 차등 차감 등 저출산 패키지 공약에는 28조원이 소요된다. 여당이 내놓은 저출산 공약 패키지에는 1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량지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앞으로 경기 변동성이 커져 재정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 선택지가 사라진다는 의미”라며 “경기 대응을 못해 성장률이 떨어질수록 재정 적자는 늘어나고 증가한 국가부채는 이자 부담을 키워 정부 운신의 폭을 줄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황정환/허세민 기자 j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