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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등장 배경 때문에 비트코인은 위험자산이면서도 안전자산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자 나스닥은 1% 넘게 내렸지만, 비트코인은 급락 후 빠르게 반등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함께 강세를 보였다. 당시 중앙은행 시스템의 취약성을 확인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피난처’로 봤다는 분석이 나왔다.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연구를 시작한 것도 탈중앙·탈국경을 특징으로 한 비트코인이 법정화폐 대체재로서 잠재력이 작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엘살바도르는 2021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기도 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투기 열풍이 분 튤립과 비교되며 부침을 거듭한 비트코인이 투자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도 자금이 흘러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1년 11월에는 800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미 Fed의 금리 인상, 세계 3대 거래소 FTX의 파산 등으로 비트코인은 2000만원대로 추락하면서 한동안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투자 위축기)가 이어졌다. 동시에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흡수하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은 계속됐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암호화폐 거래 투명성을 개선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암호자산시장법 시행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올해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이 법은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단독 규제 입법안이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됐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비트코인이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미국에서 투자 자산으로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비트코인이 2.72% 오른 6700만2000원에 거래되면서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현물 ETF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Fed의 피벗(정책 전환)과 비트코인 공급량이 줄어드는 반감기(4월 예상)까지 겹치면서 비트코인이 올해 1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하고 있다. 이더리움 역시 이날 5.31% 오른 357만원을 기록하는 등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 암호화폐) 강세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이 과거 튤립처럼 일시적 유행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이제는 거의 없다. 하지만 지나친 가격 변동성과 거래소 신뢰 문제 등은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투자 자산으로 성장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투기성 자산일 뿐 핵심 투자 자산이 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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