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가 나가면서 구미 공단은 쑥대밭이 됐어요. 저희도 일이 없어서 사람을 7분의 1 토막으로 줄였어요.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네요.”
경부 구미시에서 종사자 수 33명의 대림인슈테크를 운영하는 원정대 대표는 14일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원 대표는 “기계설비업은 안 그래도 추락·끼임 등 사고가 잦다”며 “걱정되는 마음에 4시간 30분 버스를 타고 올라오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중소건설단체와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등 14개 단체는 이날 경기도 수원메쎄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장 앞 기자회견에 전국 3600명 중소기업인이 모여 유예를 호소했음에도 유예안 통과가 끝내 무산된 데 대한 대응이다. 주최 측에선 집회에 중소건설인과 중소기업인이 4791명 모였다고 추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서류 작업 늘어…안전은 오히려 소홀해진다”
이날 집회엔 기업인, 소공인와 더불어 현장 근로자까지 참여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호소했다. 김도경 탑엔지니어링 안전보건팀장은 “처벌이 강화될수록 현장 서류작업은 늘어난다”며 “안전을 명목으로 만든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실질적인 안전관리에 오히려 소홀해지는 상황”이라 경고했다.중소건설업체 정동민 베델건설 대표는 “건설 업체 대표가 10개 가까운 현장 가운데 어디에 가야 사고를 0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라며 “설 명절 중에도 법 적용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 편히 보내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김선옥 삼주전력 대표는 “세상에 직원이 다치길 바라는 기업인은 없다”며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법을 유예하고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4개 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중소기업계는 열 번이 넘게 성명을 발표해 법 적용 유예를 요청하고, 수 차례 국회를 찾아 준비 기간을 늘려 달라 호소했다”며,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감옥 갈 위험을 안고 사업하느니 폐업하겠다는 실정”이라 하소연했다.
이어 “법 준수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없이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하겠다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국회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법안을 처리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을 보탰다.
수원 다음엔 호남…유예 없으면 ‘릴레이 집회’
중소기업계는 이번 경기도 집회를 시작으로 각 지역에서 ‘릴레이 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달 29일 예정된 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권역별로 연이어 촉구하기 위해서다.이번 수원 집회 다음으론 19일 광주·호남권에서 집회를 이어갈 전망이다. 호남권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피해에 노출돼있는 중소형 건설업체가 다수 자리 잡고 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함께 일하는 근로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그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근로자 안전권 확보라는 제정 취지에 맞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많은 기업인이 모여 다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외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예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김동주 기자 djdd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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