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은 정부 차원에서 구독료 인하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구독료를 낮춰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국내외 업체 간 역차별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정부의 구독료 인하 주문이 티빙, 웨이브, 왓챠 등 토종 OTT에만 집중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내 OTT업체 관계자는 “동일한 제재를 받으면서 경쟁하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며 “구독료마저 국내 업체만 제한받으면 투자 여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업체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사례는 여럿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가 중도해지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중도해지는 즉시 계약이 해지되고 이용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환급하는 유형을 일컫는다. 국내 플랫폼은 대부분 공정거래위원회 권고에 따라 정기 결제 서비스에 대해 중도해지 정책을 운용 중이다.
구독료 인하 역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해외 빅테크에 구속력 있는 제재를 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해외 OTT가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도 정부 차원에서 규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와중에 ‘스트림플레이션’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OTT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구독료 인상으로 인한 이용자 이탈 우려는 크지 않아서다. 이번에도 OTT업체 대부분 특별한 가격 인상 요인을 밝히지 않고 구독료를 잇달아 인상했다.
그동안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공언한 정부 입장에선 신경이 크게 쓰일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통계청 분류상 통신비가 정보통신비로 바뀌어 OTT 구독료까지 포함된다. 이대로면 내년엔 가구당 통신비가 처음으로 14만원을 넘길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구당 통신비는 12만9969원이다. 정부는 2022년 4분기 가구당 통신비가 역대 최고치인 13만4917원을 기록한 뒤 통신비 인하 압박을 이어왔다.
구독료 부담을 덜 선택지로 ‘광고형 요금제’가 거론되고 있다. 광고형 요금제는 일반 요금제보다 구독료가 싼 대신 콘텐츠를 볼 때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OTT업체는 광고로 요금제 이상의 매출을 확보하는 구조다. 티빙은 다음달부터 월 5500원짜리 광고 요금제를 출시한다. 가장 낮은 9500원짜리 요금제보다 42.1% 저렴하다. 지난해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의 40%는 광고형 요금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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