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기반이라 더욱 화가 치미는 어린이 인신매매의 충격적 실태

입력 2024-02-14 19:01   수정 2024-02-15 00:50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인신매매로 끌려간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든 팀 밸러드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다. 그는 2013년 미국 국토안보부를 퇴사하고 아동구조전담기구(OUR)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4000건 이상의 작전에 참여해 6000명이 넘는 여성과 어린이를 구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자신을 연예기획사 관계자라고 소개한 뒤 어린이 남매를 납치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팀 밸러드는 남동생을 구했지만 나머지 한 명인 누나가 콜롬비아에 팔려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팀은 실종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반군 무장세력에게 점령당한 무법천지로 향한다. 그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영화는 인신매매와 아동 성 착취 등 민감한 주제를 여럿 담고 있다. 무방비 상태의 아이들이 괴한한테 납치당하는 실제 CCTV 영상을 그대로 삽입했다. “마약 한 봉지는 한 번밖에 못 팔지만, 다섯 살짜리 아이는 다르다”는 범죄자의 말은 분노를 자아내고도 남는다. 관객의 ‘분노 유발 포인트’를 제대로 자극한 것일까. 지난해 7월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는 입소문을 타며 지금까지 제작비의 17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티켓 기부 마케팅을 벌이기는 했지만 할리우드 인기 영화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데 감독이 연출했다. 2006년 장편 데뷔작 ‘벨라’로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받는 등 북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2010년 멕시코 아이들을 지원하는 ‘어린이를 위한 희망 비영리기관’을 설립하며 아동 권리 신장을 위한 활동에 앞장섰다.

기독교적 요소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영화 마무리에 ‘하나님의 자녀는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에요’라는 내레이션이 되풀이되는 등 종교적 메시지가 등장하지만,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팀 밸러드와 그의 단체 ‘OUR’의 활동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연출했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독립영화를 표방하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은 유능한 주인공이 악당들을 무리 없이 제압하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웅담’ 흐름과 비슷하다. 아동 인신매매의 실상을 꽤 심도 있게 파헤쳤다는 점에서는 볼 만한 영화다. 21일 개봉. 15세 관람가.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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