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출범 이후 사무용 복합기 사업에 전념한 신도리코가 투자은행(IB)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하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일각에선 8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자산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신도리코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3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동규 대표이사 사장(사진)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지난달 1일 내정된 서 대표는 삼일회계법인 대표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지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M&A·기업실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ADT캡스, 현대증권, 팬오션 등의 매각자문 작업을 지휘했다.
IB업계는 이번 인사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수적 경영’을 이어가던 신도리코가 M&A와 신사업으로 사업 활로를 뚫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는 점에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금과 자산이 풍부한 신도리코가 서 대표 선임을 계기로 신사업 매물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도리코는 복사기와 프린터 등의 기능을 갖춘 사무용 복합기 시장에 집중해 왔다. 1960년 개성상인이던 고(故) 우상기 회장이 설립한 신도리코는 일본 복사기 회사인 리코와의 합작 형태로 기술을 들여와 처음으로 토종 1호 복사기를 제조해 시판했다. 개성상인이 세운 다른 기업들처럼 무차입·한우물 경영을 이어가는 대표적 회사로 꼽혔다.
재무구조와 실적도 우수한 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220억원이다. 이 회사의 현금성자산(현금, 장단기 금융상품 등)은 8080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9.6%에 불과하다. 회사가 보유한 성수동 일대 부동산 장부 가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853억원 수준이다. 부동산 시가는 장부가치를 큰 폭으로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리코는 1960년 출범 이후 2019년까지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재택근무 흐름이 이어지면서 사상 처음 적자를 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따른 ‘종이 없는 사무실’ 문화가 확산한 것도 회사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선 신도리코가 실적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신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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