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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축구대표팀 감독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이 재임 기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우군'이자 자신을 지탱해줄 지지 기반으로 언급했다.
아시안컵이 한창이던 지난달 21일 독일 탐사보도매체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클린스만은 자신과 정 회장과 돈독한 관계를 언급했다.
인터뷰를 담당했던 마르크 후여 기자는 지난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등지에서 여러 차례 클린스만과 만났다. 마르크 기자는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 기업 중 한 곳인 현대가(家)의 정 회장에 대해 열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클린스만은 인터뷰에서 정 회장과 현대의 영향력을 설명하며 "말도 안 되는 거다.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장 정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직접 대면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이 거주하는 용산역 인근 호텔을 소개하며 "정 회장의 사무실이 용산역에 있다"며 "숙소에서 5분 거리"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HDC그룹의 대표로,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있다.
클린스만과 정 회장의 인연은 2017년에 시작된 것으로 슈피겔 측은 언급했다. 클린스만의 아들이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할 때부터 알고 지내게 됐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한 경기장의 VIP 구역에서 정 회장과 재회했다는 것.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직후였고,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 연구그룹(TSG) 일원으로 월드컵에 참여한 클린스만 전 감독은 "감독을 찾고 있냐"고 물었다. 클린스만은 슈피겔에 "농담조였지만, 정 회장은 다소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두 사람은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와 관련해 논의했고, 클린스만은 "스트레스받지 말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달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이후 몇주 후 정 회장에게 연락이 왔다는 설명이다.
재택근무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슈피겔은 독일 국가대표 감독 시절에도 일정이 끝나면 캘리포니아의 자택으로 돌아가 비판이 거셌다고 서술했다. 당시에는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클린스만을 대변했다고 전했다.
클린스만은 "제가 며칠 동안 보이지 않으면 한국 언론들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며 "언론으로부터 압력이 커지면서 축구협회 측에서 연락이 와 '비행편이 언제냐' 묻는다"고 말했다.
슈피겔은 "클린스만은 한국 최고의 선수들도 한국이 아닌 유럽에서 뛰는데, 한국이든 어디든 특정한 곳에 머물며 감독으로 일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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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클리스만이 언급한 친분으로 국가대표 감독직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의혹에 정 회장은 지난 16일 경질 발표 당시 "전임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라며 "61명에서 23명으로 좁힌 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인터뷰했고, 이후 1∼2위와 2차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클린스만은 경질 직후 슈피겔에 "(국가대표 팀의) 경기 측면에서 보면 성공적이었다"며 "최고였다"고 자평했다. 클린스만과 함께 한국 대표팀을 떠난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는 오스트리아 매체 크로넨차이퉁에 기고한 글에서 선수들 탓을 했다.
2년 6개월 이상의 임기를 남기고 경질된 클린스만 감독은 잔여 연봉과 위약금 등으로 약 70억 원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사단의 코치진에게 줘야 할 돈까지 더하면 대한축구협회가 부담해야 하는 액수는 1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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