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꿈꾸고 있어 한동안 점포를 알아보던 중이었습니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점포를 찾아 계약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문제는 건물주가 '제소 전 화해'라는 걸 계약 조건으로 내세운다는 겁니다. 계약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자칫 거부했다가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제소 전 화해 신청을 두고 건물주와 세입자 간 눈치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소 전 화해란 소송을 제기하기 전 화해를 한다는 뜻으로 법원에서 성립 결정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는 서로 간 합의가 없다면 결코 성립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제소 전 화해에서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강제집행 효력을 가진다. 이는 주로 상가임대차 관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상가임대차에서 제소 전 화해는 세입자의 위법 행위를 예방하는 제도로, 건물주가 신청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법도 종합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임대차 관련 제소 전 화해 전화 문의만 300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신청부터 성립까지 세입자의 동의가 없다면 진행될 수 없다. 건물주는 세입자의 신원을 증빙하는 서류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고, 최종 성립 과정에서 법원의 출석이 필요하기에 일방적으로 신청할 수 없다. 세입자가 건물주의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단 세입자가 제소 전 화해 신청을 거부한다면 임대차 계약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상가임대차에서는 대부분 건물주가 계약 조건이나 특약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해당 신청을 거부한다면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은 상황에 부닥칠 수 있는데, 계약 조건을 파기했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은 맺어질 수 없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제소 전 화해가 자신을 옭아매는 일종의 족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세입자가 이를 행하지 않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건물주 입장에선 임대료 연체를 막기 위해 이를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료 연체는 법률에서 정한 위법 사항이기에 이 부분만 잘 숙지하고 유의한다면 제소 전 화해 신청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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