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은 극단의 진영 정치 타파를 기치로 4개 정파가 뭉쳤다. ‘제3지대 빅텐트’라는 레토릭을 내세웠지만, 애초 ‘거대 양당 반대’ 외에 명분을 찾기 어렵다. 새 정치는커녕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지, 비례대표 앞번호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 등을 놓고 정파 간 이전투구로 허우적거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무리 선거용 임시 정당이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가치 연대는 지켜져야 하는데, 이념적으로 극과 극의 인사들이 함께하면서 대강의 노선 정리조차 건너뛴 것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변변한 공약 하나 보이지 않을뿐더러 대북(對北)·젠더 등 정책적 입장차가 확연한데도 접점 모색 노력 없이 부딪치기만 하니 화학적 결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연목구어’다. 정당 국고보조금을 타내려고 지급 기준일에 맞춰 마구잡이식 국회의원을 영입하는 구태도 보였다. 중도층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주겠다더니 거대 양당 공천에서 밀려 나온 정치인들의 ‘이삭줍기’ 말고 참신한 인물도 보기 힘들다. 당 이름에 ‘개혁’을 붙인 것 자체가 민망하다.
우리 정치판에는 선거를 앞두고 늘 제3지대 정당이 등장했으나 일회용에 그치거나 얼마 가지 못해 와해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당신들이라도 다른 정치를 하라’는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정치 생명 유지·연장을 위한 이익연대, 양당 체제 대항에만 함몰돼 차별화한 목표와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 결과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잡탕, 떴다방식 정당으로 한국 정치를 어지럽히는 일을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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