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 1일 16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맺어졌다. 지난달 19일 맺어진 신규 계약 15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한 달도 되지 않아 5000만원이 뛴 것이다. 이 면적대는 지난달 31일 갱신 계약이 맺어지기도 했는데 기존 17억원보다 3억원 뛴 20억원에 세입자와 재계약을 했다. 갱신청구권은 사용하지 않았다.
양천구 목동에 있는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66㎡는 지난 8일 6억7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17일 같은 면적대가 5억7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는데 약 20일 만에 1억원이 뛰었다. 같은 면적대 갱신 계약도 수천만원씩 상승했다.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청구3' 전용 84㎡도 지난달 26일 8억원에 새로 세입자를 들였다. 해당 계약이 맺어지기 6일 전인 20일에 같은 면적대가 7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1억원이 상승했다.
중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설 연휴 전후로 조용했는데 연휴가 끝나고 난 후부터는 전세 문의가 꽤 늘었다"며 "학군지라 신규 수요가 항상 있다.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가격이 좀 올랐다"고 설명했다.
학군지가 아니더라도 전셋값은 오르는 추세다.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힐스테이트녹번' 전용 84㎡는 지난달 7억원에 새롭게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지난해 12월 거래된 5억8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뛰었다. 응암동 '백련산파크자이' 전용 59㎡도 지난 14일 4억7500만원에 세입자를 들여 직전 달 거래된 4억원보다 7500만원이 올랐다.
강서구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 14일 7억4000만원에 새 전세 계약을 맺어 지난달 27일 맺어진 7억1000만원보다 3000만원 올랐다. 이 단지 전용 59㎡도 지난 13일 6억2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여 지난달 초 거래된 5억7000만원보다 5000만원 상승했다.
화곡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이사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 물건이 정말 없었다"면서 "몇 달 전보단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단지 규모에 비해선 전세 물건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향후 전셋값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서울에 예정된 공급 물량은 7081가구에 불과하다. 1000가구가 넘는 공급 물량은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1045가구) △강동구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2만2499가구로 공급 물량이 3분의 1 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월세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크게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크다"며 "절대적인 공급량이 줄어든 만큼 당분간 전셋값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선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가 지속해서 나올 예정이라는 점, 월세가 오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셋값이 하락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전셋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 주(22일)부터 39주 연속 상승 중이다. 지난해 11월 첫째 주(6일) 0.21% 올라 주간 단위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들어 상승률이 0.1%대 아래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오름세는 유지 중이다.
전세 물건이 부족하다는 점도 통계에서 나타난다.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전세 물건은 3만356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526건보다 33.56%(1만6959건) 급감했다.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물건이 줄어든 자치구는 종로구로 59% 감소했다. △중구(-58.6%) △마포구(-56.8%) △동대문구(-56.7%) △강서구(-56.4%) △양천구(-54.7%) 등도 50%대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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