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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학살은 달리 보면 물갈이다. 성공 요건은 얼마나 참신한 인물로 채워 넣느냐, 명분이 있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다.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학살로 인한 빈자리에 오세훈 원희룡 등 국민적 호감이 있는 젊은 신진을 대거 채워 1당을 거머쥐었다. 2008년엔 대대적인 영남권 물갈이로 잘릴 만한 사람들이 잘렸다는 공감을 얻었고, 2012년엔 ‘하위 25% 컷오프’ 등 박근혜식 시스템 공천이 공정했다는 평가를 받아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6년(새누리당)과 2020년(미래통합당)엔 대대적 물갈이를 천명해놓고도 인적 쇄신을 하지 못했고 공천을 둘러싼 파열음만 키워 ‘폭망’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두 쪽 났다. ‘비명학살’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터져 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시스템 공천은 어디가고 밀실 사천(私薦)·비선 개입 논란과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횡행하고, ‘하위 10%, 20%’ 평가가 비명계에 집중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컷오프 5대 범죄’ 기준도 이 대표가 안 걸리도록 피해 나갔다. 피고인이 “형님 꼴찌”라며 불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일도 희한하다. 이 대표는 “1년 내내 바꿀 건가”라며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공천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고 했지만, 그의 허언(虛言)과 말 바꾸기엔 이골이 났다. 급기야 전 총리들에 이어 당 고문들까지 “공천이 이 대표의 사적 목적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들고 일어났다. 사적 이익은 다름 아닌 더 두터운 ‘방탄’일 것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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