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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식시장이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증시에서 해묵은 관심사다. 뒤늦게 정부가 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을 마련했다. 국민의 자산 늘리기에 소비 진작까지 도모한다는 차원이다. 상장기업의 자기 회사 주식 매입을 유도하는 등 종합 정책을 짠 배경이다. 때마침 단기 투자 이익을 꾀하는 다국적 행동주의 펀드도 주식 배당 확대를 요구하며 일부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나섰다. 기업이 낸 이익을 주주에게 최대한 배당하라는 압박이다. 이를 통상 ‘주주 환원’이라는 점잖은 말로 표현한다. 미국 등지에서는 주식 배당성향이 높다. 기업이 많이 벌면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해 주주의 가치를 높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기업이 어려울 때도 덩치 줄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수익이 많아도 즉각 배당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기업의 이익을 ‘즉각·최대한 배당하기’는 기업 발전에 도움 될까.
그런데 한국의 주식회사들은 이익을 내도 발 빠른 배당에 소극적이고 인색했다. 주식 투자의 인센티브가 사실상 별로 없었다. 높은 배당을 자주 하면 주식을 사들이는 유인 요인이 커진다. 자연히 주가도 높게 형성된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그와 반대로 배당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기에 주가가 늘 지지부진해왔다. 예전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하면 남북 대치와 군사적 긴장이라는,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요인을 주로 거론했지만 근래에는 주주 경시 경영 관행이 큰 요인이었다. 저배당 관행에다 특별한 주주 중시 및 우대 정책도 없다. 더구나 정부가 툭하면 기업을 간섭하고 법과 행정이 주주권을 제한하기에 급급했다. 이런 관치와 억압적 행정에서 벗어나 기업 자율을 보장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된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은 주주 환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익이 나면 배당으로 주주에게 즉각 그 결실을 돌려주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야 주식을 소유할 동기가 생기고 외국 자본(외국인투자자)이 한국 기업 주식을 많이 산다. 공기업은 더하다.
자연히 주가가 올라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된다. 주가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조달에도 도움이 된다.
주식시장에서 단기 차익 내기나 배당금 많이 받기가 주된 관심사인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는 기업의 장기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2024년 들어 영국계 자산운용사 5곳이 연합해 삼성물산 주식을 집중 매입한 뒤 높은 배당을 요구했다. 배당액을 회사가 계획한 주당 2550원보다 월등히 많은 4500원으로 늘리고 2025년까지 자사주도 5000억 원어치 더 사들이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1조20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는 2023년 한 해 벌어들인 이익 범위를 넘어선다. 상장기업 주식 보유가 많은 국민연금에도 유사한 압력을 가했다. 만약 기업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이익금을 써버리면 신규 투자, 신사업 진출, 필요한 인수합병 등 기업의 발전에 쓸 돈은 없어진다. 장기 투자 여력이 없어지는 기업의 주가가 어떻게 오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내걸지만 성장 여력을 훼손시킬 뿐이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에도 양면성이 있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 대책은 국민의 자산 확대, 국부(富) 늘리기 차원에서 필요하다. 주주 환원에 적극 나서는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고, 회계제도 개선 등 기업에 대한 각종 투자 지표를 투자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공시제도 정비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주요한 선거를 앞두고 추진하다 보니 선심성 주가 올리기 정책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한국 주가가 정당한 평가를 받으려면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일체의 규제정책을 해소하고, 기업이 ‘정치 및 정책 리스크’에 흔들림 없이 마음놓고 투자해서 수익을 누리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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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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