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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이다.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0.16%포인트 상승했다. 5년 전인 2019년 12월 말(0.44%) 후 최고치다. 1%도 안 되는 연체율을 갖고 웬 호들갑이냐 싶겠지만 금액으로 환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소기업 은행대출 잔액이 작년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 1037조원을 찍은 걸 감안하면 연체액은 4조9700억원에 달한다.
담보 부족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저축은행 보험사 상호금융 등 비(非)은행권에 손을 벌린 중소기업까지 합하면 연체액 규모는 30조원을 훌쩍 넘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 하청 협력사 사정도 다르지 않다. 경북 구미 공단의 한 전자부품업체 대표는 “대기업 기획물량만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것마저 갑자기 줄이겠다고 통보해오니 설비 투자금은 물론 재고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을 처지”라며 “이자 상환을 압박하는 은행 메시지가 휴대폰에 뜰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다”고 토로했다.
도미노식 붕괴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해 1657건으로 전년(1004건) 대비 65% 급증했다. 고금리 여파로 예금은행의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평균 연 5.34%로 치솟아 2012년(연 5.66%)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번 돈으로 은행 이자조차 못 갚은 이른바 한계 중소기업은 증가세다. 기업은행이 한계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잔액은 작년 말 기준 22조3295억원으로 2016년 대비 2.4배 늘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한계 중소기업 비중이 지난해 17.2%에서 올해 20.1%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지금 시급한 건 급한 불 끄기식의 단순 금융 지원보다 사업 전환 유도,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 등 중장기적 체질 강화다. 중대재해처벌법처럼 중소기업을 옭아매는 각종 규제성 정책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우리 경제의 허리 격인 중소기업 부실은 전체 국가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일본을 벤치마킹해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도 기업 펀더멘털 개선 없이는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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