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주 깬 피엔에이치테크…"OLED 발광 소재 양산 도전"

입력 2024-02-26 18:07   수정 2024-02-27 00:37

“소재 연구개발(R&D)은 신약 개발 과정과 흡사해요. 결국 돈, 시간과의 싸움이죠.”

지난 23일 경기 용인 피엔에이치테크 본사에서 만난 현서용 대표(사진)는 ‘소재 강국’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안고 창업한 기업인이다. 피엔에이치테크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문 소재 기업이다. 현 대표는 전쟁과 같았던 10여 년의 R&D 끝에 2021년 일본이 독점해 온 OLED 광학재료 양산에 성공했다. OLED에서 빛이 발하면 그것을 모아주고 확산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굴절 재료다. 이 재료가 들어간 패널로 OLED TV가 제조된다.

대우 오리온전기와 글로벌 소재기업 독일 머크사 등을 거친 현 대표는 2007년 1인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퇴직금 절반인 5000만원을 들고 혈혈단신 나섰다. 현 대표는 창업 초반 분자 구조를 설계한 뒤 중국을 오가며 샘플 실험을 했다. 그는 “중국에서 생산한 일부 재료를 업체에 공급하며 매출을 올렸지만, 제대로 된 소재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국내에 양산 시스템을 갖춰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현 대표는 R&D와 영업, 투자자 모집까지 쉴 새 없이 현장을 누볐고, 벤처캐피털 7곳과 정부의 도움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 회사의 강점은 R&D 역량이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석·박사 연구원이다. 지금까지 확보한 특허만 37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5% 늘어난 401억원, 영업이익은 약 35% 증가한 65억원이다. 주력 부문인 OLED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TV뿐 아니라 애플 아이패드, 자동차 전장 등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이젠 광학 소재를 넘어 발광 소재 양산이 목표다. 현 대표는 “발광 재료 분야가 제품 프리미엄이 높다”며 “이미 기술적인 준비는 마쳤고 양산을 위해 고객사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밝혔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연기금 등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5.66%를 보유하고 있고, 22일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중앙은행이 지분 5.12%를 장내 매수했다.

용인=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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