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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국가 기밀을 새로 정의하고 기밀 관리를 더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국가기밀보호법을 27일 개정했다. 중국 당국은 작년 7월 반(反)간첩법을 제정하는 등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있어 중국 진출 기업의 불안감은 커질 전망이다.
중국 신화통신·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27일 폐막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8차 회의에서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이 통과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제8차 회의에서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을 표결하고 통과시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통령령 제20호에 서명하고 개정안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6일부터 2차 개정안을 검토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제6차 회의에서 1차 개정안을 검토한 데에 이어 지난 26일부터 2차 개정안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SCMP는 2차 개정 초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국이 국가기밀로 간주하는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차 개정안은 국가기밀에 대한 범위를 '국가 비밀이 아닌 사안'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 이전 초안에서는 국가기밀은 "정부 부서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거나 국가 안보 또는 공익을 훼손하는 사안"으로 정의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국가 비밀이 아니지만 공개 시 특정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에서 획득한 사안"까지도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SCMP는 국가기밀 정의가 모호해지면 그 범위가 임의로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 공무원에 대한 규정도 엄격해졌다. 국가 기밀을 보유한 직원이 퇴직할 경우, 직원은 비밀 교육을 받고 기밀 자료를 국가에 반환해야 하는 규정이 2차 개정안에 추가됐다고 SCMP는 전했다. 퇴직 공무원의 해외여행을 제한하는 1차 개정 초안 내용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는 교육·기술·인터넷 사용·군사 시설 등과 관련된 국가기밀을 다루는 공무원은 퇴직한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사전 허가 없이 해외여행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일정 비밀 유지 기간 동안 퇴직 공무원의 취업을 제한하는 현행법이 개정을 거치며 거듭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기밀 정의가 모호해지고 범위가 확장되면 공무원은 물론 중국 내 기업 관계자들도 국가기밀보호법 처벌을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 내 공무원은 716만명이지만, 국영기업이나 공공기관까지 포함해 국가에 고용된 인력은 3100만명에 달한다. SCMP는 중국 내 사업 환경을 예측할 수 없게 되자 외국 기업들이 중국 법인 축소나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은 1988년 제정 이후 두 번째이자 10여 년만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7월에는 반간첩법, 2021년 9월에는 데이터보안법을 시행하는 등 국가 안보 관련 법안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 발효 일정은 미정이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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