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현대자동차그룹의 ‘미운 오리’ 소리를 듣던 현대로템이 ‘알짜’로 거듭나고 있다. ‘K방산 붐’에 올라탄 방위산업 부문에 이어 철도 차량 사업도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레일솔루션사업본부의 지난해 누적 수주액만 5조2727억원에 달했다. 1년 전(1조1748억원)보다 다섯 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지난달 수주한 LA 메트로 전동차 사업만 해도 CRRC는 입찰에 참여조차 못했다.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 정부가 입찰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1조2000억원 규모의 호주 퀸즐랜드주 전동차 사업 입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현대로템은 프랑스 알스톰과 스페인 CAAF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이때도 CRRC는 호주 정부의 규제로 응찰을 포기했다.
중국 내 고속철 제조 경험을 무기로 2010년대부터 글로벌 철도 차량 시장을 휩쓴 CRRC는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CRRC가 미국 매사추세츠주로부터 2014년 수주한 전철 404량 가운데 일부 차량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차축 결함과 접지 상태 불량 등 ‘장기적인 안전 리스크’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최종 인도마저 납기일(지난해 9월)보다 3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 카이로 2호선 철도차량 공급사업에서도 CRRC는 기술 평가에서 실격 판정을 받았다. 이 사업은 모두 현대로템이 수주했다. CRRC의 터무니없이 낮은 입찰가도 도마에 올랐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불가리아 전동차 사업 입찰에서 자국 보조금을 사용해 가격 덤핑을 시도한 CRRC를 조사 중이다.
현대로템은 기술을 내세운 품질 전략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을 다시 찾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외 시장에 철도 차량을 수출하는 현대로템의 지난해 말 철도사업 수주 잔액은 11조4096억원에 달했다. 방산 부문 수주 잔액(5조4259억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주가도 고공 행진 중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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