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통계청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으로 2015년에 비해 0.07명 하락했다. 2018년 1.0명이 붕괴(0.98명)했고, 2020년 0.84명, 2022년 0.78명 등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빠르게 높아졌다. 2017년 61.4%로 60%를 처음으로 넘더니 2023년 70.0%에 이르렀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18년 66.2%에서 2022년 75.0%로 8.8%포인트 올랐는데, 이 중 60%인 5.3%포인트가 자녀가 없는 여성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자녀 대신 일을 선택하면서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성용 전 한국인구학회장은 “일과 가정 중 일을 선택해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했다”고 덧붙였다.
이 무렵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등 사회적 여건이 악화한 것도 출산율 급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이 처음으로 5억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2022년 9억원대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남윤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과장은 “출산 의향에 대해 무작위 통제실험을 한 결과 주택 마련 비용에 대한 염려가 혼인 및 출산 의향, 희망자녀 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육비와 의료비가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가 수도권에 몰려드는 현상도 이 무렵부터 심화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전 회장은 “남성의 육아휴직을 완전 보편화해 남성이 일 대신 가정을 선택하는 경우를 용인하는 문화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는 초기에는 출산율이 감소하지만 더 높아지면 출산율이 반등한다”며 “이는 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에서 나타난 사례”라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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