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업에 나서면서 다짐했던 진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병원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 “의사로서 환자 곁을 지키며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함께 노력하자.”(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 “한사람의 의사 선배로서 부탁한다. 부디 하루라도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김우경 가천대길병원장)
정부가 ‘최후통첩일’로 못 박은 29일 선배 의사들의 설득이 이어졌지만 전공의 대다수가 환자를 외면했다. 전국 100개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서 사표를 내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전공의는 이날 오전 기준 294명에 불과했다. 병원당 세 명꼴이다. 이들 의료기관 소속 전공의 10명 중 7명은 환자 생명권을 볼모로 한 집단 사직을 이어갔다. 정부의 의료개혁안을 저지하겠다는 목적에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공의와의 비공개 만남을 주선하며 대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의사가 의도적으로 행사 일정 등을 공개해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에선 사표를 낸 뒤에도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병원에 나와 근무하는 사례가 목격됐지만 그 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월 말 계약이 끝나는 전임의(펠로)와 전공의 등의 추가 이탈도 우려된다. 국내 종합·대학병원을 찾는 환자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도 비상진료 보완 대책을 세웠다. 병원 수요에 맞춰 공보의 150명과 군의관 20명을 3월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이후 추가 인력을 보충할 계획이다.
난도가 높은 응급환자 치료 지원을 늘리고 응급환자 전원과 이송을 조정하는 광역응급상황실을 세우기로 했다. 대형 대학병원은 중증 환자 치료에, 동네병원은 경증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도 인상한다. 지역 내 공공의료기관들은 평일과 주말, 휴일 진료 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예비비를 투입해 의료진의 초과근무 보상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의사들은 그동안 정부의 의료개혁안에서 ‘필수의료 정책이 빠졌다’고 지적해왔다. 이런 비판이 무색하게 정부는 이날 의료사고 특례법 공청회를 여는 등 필수의료 지원책 마련을 위한 후속 절차에 들어갔다.
이지현/오현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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