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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기조 속에 외면받았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금리 인하가 기대되며 리츠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금리가 떨어지면 리츠의 자금조달 비용도 줄어들고, 신규 자산 편입도 쏠쏠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지금이 리츠를 살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일 리츠 배당기준을 개선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국내 리츠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시점이 늦춰지며 실망감에 리츠 주가가 하락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리츠 평균 주가는 연초 대비 지난달 26일까지 4.1% 하락했다. 이 기간 유럽, 싱가포르, 일본 리츠 등은 6% 이상 하락했지만 한국 리츠는 1.7%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한국 리츠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리츠 중 한국 리츠가 선전하는 이유로는 안정적 보유 자산과 대출금리 부담 감소 등이 꼽히고 있다. 국내 리츠는 주로 오피스빌딩과 물류센터, 리테일 자산을 담고 있다. 국내 오피스빌딩은 실질 공실률이 3% 미만일 정도로 수요가 많고, 리테일도 장기간 임대 계약을 맺고 있어 공실 부담이 작다. 여기에 최근 국내 리츠의 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이 진행되며 대출 이자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츠의 리파이낸싱 후 이자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리츠 주가 하락 원인이었다”며 “올해 들어 주요 리츠의 자금조달 금리가 예상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리파이낸싱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글로벌 리츠 대비 저평가된 국내 리츠의 투자가치가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리츠 회사채 조달금리는 시장 예상보다 우호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지난달 진행한 SK리츠의 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는 5980억원이 모집됐다. 금리는 2년 전 연 5%대에 비해 1%포인트 낮은 연 4%대 초반으로 결정됐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도 지난달 9개 주유소 매각과 함께 11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투자자금 모집이 지지부진해 신규 자산 개발이 지연됐지만, 이번 자금조달로 다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올해 SK리츠 외에도 KB스타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롯데리츠 등이 대규모 리파이낸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량 리츠들의 회사채 발행은 리츠의 자금 구조 다변화와 차입구조 안정화 차원에서 담보대출 대비 장점이 많다”며 “이자 비용이 줄면 리츠 배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미국과 한국에 상장된 공모리츠와 인프라리츠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인컴형 ETF ‘KBSTAR 글로벌 리얼티인컴ETF’를 지난달 20일 선보였다. 이 상품은 미국 리얼티인컴과 국내 인프라 펀드인 맥쿼리인프라를 각각 18% 담고 있다. 리얼티인컴은 세계 최대 상업용 리츠이며 맥쿼리인프라는 시가총액이 5조3000억원 규모인 국내 최대 상장 인프라 펀드다.
그 밖에 아메리칸 타워(AMERICAN TOWER)·크라운 캐슬(CROWN CASTLE)을 비롯한 성장형 글로벌 리츠 종목들도 담고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금 투자처를 찾고 있던 투자자들로서는 4%대 이상의 연 환산 배당률을 가진 이 상품이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한 국내 상장 리츠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KB스타리츠(벨기에, 영국 오피스), 마스턴프리미어(프랑스 물류센터, 오피스), 미래에셋글로벌(미국 물류센터), 제이알글로벌(벨기에, 미국 오피스), 이지스밸류(미국 데이터센터) 등이 해외 자산을 담고 있다. 박 연구원은 “물류센터의 경우 아직 공급과잉 이슈가 남아 있지만 2025년부터 점진적인 회복세가 기대된다”며 “저점에 다다른 데이터센터와 오피스 자산 중심으로 관심 종목에 두고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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