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법은 두 가지다. ①학사 이상 취업비자인 H-1B를 발급받아 신입·경력 채용 및 주재원 파견을 하거나 ②주재원 전용 비자인 L1·E2를 발급받아 기존 직원을 파견하는 것. 대기업은 그럭저럭 인력 수급에 큰 문제를 겪지 않는다. 투자 규모가 큰 대기업에는 미국 정부가 L1·E2 비자를 잘 내주고 있어서다.
문제는 중견·중소기업이다. 주재원 비자 심사가 까다롭다 보니 ①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 조지아주에 최근 공장을 완공한 2차전지 소재사인 B사가 그런 예다. B사는 “한국 본사와의 원활한 소통과 기술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사는 급한 대로 미국 대학을 졸업하면 1년간 미국 내 인턴 활동을 허용하는 OPT(실습 훈련제도) 자격을 갖춘 한국인 졸업생을 뽑기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들이 1년 안에 H-1B 비자를 못 받으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실제 H-1B 비자를 받은 한국인 수는 제자리걸음이다. 연간 1800~2000명 정도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H-1B 비자는 추첨으로 뽑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미국 빅테크가 고용하는 인도·중국인이 대부분이고 한국인은 전체 쿼터의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미국 하원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 동반자 법’을 되살려야 한다고 호소한다.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인 E-4 비자를 연간 1만5000개 발급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은 12년째 ‘발의-통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처음 법안이 발의된 2013년만 해도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의원 111명이 공동 발의했지만, 지금은 2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캐나다(무제한), 멕시코(무제한), 호주(1만500명), 싱가포르(5400명), 칠레(1400명) 등이 비슷한 법에 따라 별도 취업비자를 받고 있다.
산업계는 한국 기업이 앞다퉈 미국 공장을 세우고 있는 지금이 ‘한국 동반자 법’을 통과시킬 적기라고 강조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전용 비자가 허용되면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인력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정부를 중심으로 기업과 교민사회 등이 모두 나서 미 의회에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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