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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투표 결과를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전체 유권자 중 A를 지지한 사람은 40%도 안 된다. 과반수 유권자가 부적격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자도 일부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허점을 발견하고 이론화한 사람이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장 샤를 드 보르다다.
보르다가 발견한 허점은 단순 다수결 투표가 개별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선호도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이에 보르다는 모든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 선호도를 반영한 투표법을 제안했다. 후보가 세 명이라면 1순위는 A, 2순위는 B, 3순위는 C 하는 식으로 투표하고, 1순위 표에는 3점, 2순위 표에는 2점, 3순위 표에는 1점을 부여해 합산하는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이렇게 뽑는다. 이런 투표 방법을 ‘보르다 투표법’이라고 한다.
보르다 투표법에도 맹점은 있다. 2위 후보와 3위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1위 후보를 견제할 목적으로 1위 후보에게 무더기 3순위 표를 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장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불리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먼저 한식과 중식을 놓고 고민한다. 중식보다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두 명이니 한식을 택하는 것이 옳다. 중식과 일식 중에서는 중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둘이니 중식이 낫다.
그럼 한식과 일식은 어떨까. 일식보다 중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중식보다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 당연히 일식보다는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한식과 일식 중에서는 일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요약하면 한식>중식>일식>한식이라는 모순이 생긴다. 이처럼 셋 이상의 대안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콩도르세의 역설’이라고 한다.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정치가 니콜라 드 콩도르세가 이론화했다.
한국과 같은 양당 구도에선 50%+1표를 얻는 당이 무조건 승리한다. 중위투표자 정리는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엇비슷한 공약을 내놓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중도적인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좌파 정당은 우클릭, 우파 정당은 좌클릭하다 보면 두 정당의 정책이 비슷해지는 것이다.
197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케네스 애로는 민주적 의사 결정의 어려움을 ‘불가능성 정리’로 설명했다.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수결은 불완전한 제도지만, 그보다 나은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수결이 다수의 독재로 변질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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