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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해외 주요 기관 전망치보다 높은 5% 안팎으로 제시하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경기 부양과 부동산 위기 타개를 위한 뚜렷한 대책을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성장률, 필요와 가능성 따져”
리창 중국 총리는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5% 안팎인 올해 성장률 목표치와 관련해 “국내외 형세와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필요와 가능성을 함께 따졌다”고 밝혔다.그는 “유리한 조건이 불리한 요소보다 강하다”며 “경제 호전의 기본적 추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리 총리는 지난해 0.2%에 그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올해 목표치를 3% 내외로 내놨다. 신규 취업은 1200만 명 이상, 실업률은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작년 중국은 5.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5% 안팎’ 목표를 힘겹게 달성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위드 코로나’ 원년을 선언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실시했지만 부동산 위기와 내수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글로벌 주요 기관들은 올해 중국이 5%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4.6%로 예상하면서 중기적으로는 더 하락해 2028년께 약 3.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4.4%로 예측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중국 정부가 5% 안팎의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를 강조해 시장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시한 ‘3대 신(新)성장동력’으로의 전환이 성공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증시 반등을 유도할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발표된 중국의 성장 목표를 두고 애널리스트들이 ‘야심적’(ambitious)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대규모 재정 확대는 없어
리 총리는 대규모 재정 확대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는 국내총생산(GDP)의 3.0%로 작년 목표치와 같았다. 지난해 실제 재정적자율(3.8%)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다만 국방비는 작년보다 7.2% 증액해 국방 예산 증가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리 총리는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위기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도 중점 과제로 언급했다. 우선 부동산 위기는 다양한 소유권 형태(국유·민영 등)의 부동산 기업에 동일한 기준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보장성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지방정부 부채 문제에 대해선 “지방 채무 모니터링 체계를 완비하고 일괄식 부채 해결 방안을 통해 남은 채무 리스크를 적절히 해소하겠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자산운용사 애버딘아시아의 응신야오 주식투자책임자는 “투자자들은 경제 부양을 위해 더 강력한 재정 정책을 선호할 것”이라며 “최소한 발표 내용을 기반으로 보면 정부 지출로 경제가 추가로 부양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모시옹심 싱가포르은행 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품질 발전 추구
리 총리는 ‘고품질 경제 혁신’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안정적 성장을 위해 재정 정책 강도를 적절하게 높이면서 품질과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대화 산업체계 건설 적극 추진 △산업 공급망 최적화 △미래 산업 적극 육성 △과학 기술 자립과 자강 촉진 가속화 △우수 인재 육성 △국내 수요 확대 △소비 증가 촉진 △대외 개방 확대 등을 올해 수행해야 할 업무로 꼽았다.리 총리는 “주요 제조업 산업 공급망의 고품질 개발을 구현해야 한다”며 “통신, 신에너지 자동차와 같은 산업의 선도적 이점을 확장하고 수소에너지, 신소재, 바이오 등 새로운 성장 엔진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도 언급했다. 리 총리는 “우리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래 간섭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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