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만 투자하면 휴면 지갑을 채굴해서 비트코인을 나눠준대요. 지금 비트코인 가격이 9000만원인데 투자하면 무조건 이득 아닌가요?"
비트코인 가격이 9000만원대로 올라서면서 그동안 우스갯소리로 돌았던 '비트코인 1억원'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투자자들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가운데 신종사기로 의심되는 가상자산 관련 투자를 권유하는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가상자산 불법행위 검거 수는 지난해 281건으로, 전년(2022년, 108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가상자산 불법행위는 크게 유사수신·다단계, 거래소 불법행위, 기타 구매대행 사기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나, 새로운 범죄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비트코인이 담긴 특정 지갑을 채굴하고 있는 사업체에 투자금을 넣으면 비트코인을 나눠 준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특히 노년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적지 않은 이들이 해당 업체에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이 업체에 투자한 A씨는 해당 업체가 다량의 비트코인이 담긴 휴면 지갑을 채굴 중이며, 투자를 한 사람들에게는 채굴을 통해 얻은 비트코인을 나눠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전했다.
투자금 대비 연 12%의 약정 이자를 매달 지급해준다는 약속도 남겼다. 다만 이는 지갑 채굴을 성공할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투자자 B씨는 "채굴에 성공하면 7개의 비트코인을 투자 수익으로 지급받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설명대로라면 투자자는 1000만 원을 투자해 매월 지급되는 이자와 함께 6억 원이 넘는 가치의 비트코인을 수령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그는 사업의 방향성에 의문을 느끼고 투자금을 다시 빼달라고 요청했고, 돌려받기까지는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현재 업체가 채굴 중이라고 주장하는 휴면 비트코인 지갑의 주소는 '1FeexV6bAHb8ybZjqQMjJrcCrHGW9sb6uF'로, 통칭 '1Feex'로 불린다.
'1Feex'는 이미 업계에 널리 알려진 비트코인 지갑 주소다. 6일 기준 7조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들어있는데 2011년 3월 해당 주소로 비트코인 7만9000여개가 들어온 이후 단 한 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지갑 주인을 두고 설왕설래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마운트 곡스를 파산을 이끈 대규모 해킹으로 도난당한 자금이 흘러 들어간 지갑이라는 게 가장 유력한 설이다.
비트코인 지갑은 공개키와 개인키, 두 가지로 나뉜다. 특히 개인키는 자금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계좌 비밀번호와 같은 역할을 해 256비트 길이로 여러 암호학적 연산을 통해 복잡하게 생성된다. 생성할 수 있는 개인키의 조합은 2의 256승에 달한다.
하동현 수호아이오(SOOHOO IO) 시큐리티 리서처는 "결국 비트코인 지갑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개인키를 알아야 한다"면서 "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값을 대입하는 '무차별 대입 공격'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 리서처는 "2의 256승에 달하는 개인키 조합 중 하나를 찾기 위해서는 초당 10억개의 키를 대입한다고 해도 45억년도 더 걸린다"면서 "실제로 초당 3경개의 키를 대입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티앤허-2A'를 사용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휴면 지갑을 채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채굴한 비트코인과 더불어 투자금, 이자까지 지급하겠다는 투자 권유 업체의 약속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비트코인 채굴 성공 시 수익을 지급한다 해도 투자자는 비트코인 채굴이 성공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다"면서 "누군가가 큰 수익을 인증하며 코인 투자를 권유하면 투자 사기가 아닌지부터 의심해야 한다. 만약 투자 사기가 의심되면 코인 사기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형사 고소,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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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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