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계는 멸종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제조업연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값싼 중국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들어오면 나타날 일"이라며 이 같이 경고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자 주요 완성차 업계는 전동화 전환 속도 조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반면 신흥세력으로 떠오른 중국 전기차 기업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한 가운데 중국산 자동차가 업계 큰 위협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완성차 업계는 가까운 미래에 내연 기관차를 더는 생산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전동화 전환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목표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다소 둔화한데다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줄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 산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3년간 연평균 65%씩 성장했지만, 올해는 9%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는 투자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전동화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까지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전기 픽업 공장 설립 계획을 연기했고, 포드는 수요 감소에 따라 투자 계획을 축소했다. 순수 전동화 모델 대신 하이브리드카 투입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반면 중국 전기차 기업은 글로벌 시장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BYD(비야디)는 브라질, 헝가리에 이어 멕시코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충북에 전기차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업계에선 BYD가 올해 안으로 전기 승용차를 국내 출시할 것으로 보고있다.
상하이자동차는 유럽공장 신설에 이어 멕시코 신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고, 북경자동차 고양시와 약 4조원 규모의 전기차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내수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성장률은 21%로 전년 74%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보유한 중국이 자국 내 수요가 둔화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업계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비야디는 전년 동기 대비 27.8% 성장해 글로벌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걸(seagull) 돌핀과 같은 경형 전기차 판매량이 실적을 견인했다. 돌핀은 1만3900달러(약 1800만원)로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전기차 모델3 가격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짐 팔리 포드 CEO는 "미래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며 "이는 중국의 해외 경쟁업체들에도 끔찍한 소식이다"라고 전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이 멕시코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 공장을 세워 미국 진출을 꾀하자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도 나왔다. 미 의회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생산한 자동차에 제조지역 관계없이 125%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에 27.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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